[창간 1주년 특집] 단체급식 24시

  • 등록 2003.03.06 14: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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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기자 동행취재

情과 과학이 어우러진 예술작품 만들기

식단짜기에서 설거지까지 세심한 손길이 빚어낸 최고의 즐거움
“라면 한그릇 값으로 최고의 맛 즐겨”… HACCP적용 엄격한 검수


하루 급식을 준비하는 손길은 영양과 맛을 고려한 치밀한 계산이 뒷받침된 식단짜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보통 일주일 간격으로 결정되는 식단짜기는 식재료 준비를 위한 전단계. 전문영양사의 과학적 계산과 경험이 모아지는 시간이다.

식단짜기로 부터 시작된 급식준비는 식재료 준비및 검수, 조리, 배식, 설거지에 이르기 까지 세심하고 조심스런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매일 평균 수백명이 이용하는 급식은 초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와 산업체에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적어도 하루 한끼 이상은 바깥에서 해결하는 현대인의 생활패턴은 급식산업을 질적 양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런저런 음식점을 기웃거리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영양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점은 급식 이용자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급식 준비에서부터 마무리에 이르기 까지 24시간을 현장취재 했다.
크게 학교급식과 산업체 급식으로 나뉘는 급식은 급식사업자의 여건과 이용자 성향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메뉴와 음식의 질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기자가 현장취재한 그린테리아(CJ본사)는 국내 굴지의 급식사업자인 CJ푸드시스템에서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산업체 급식업소 중 한 곳이다.




▲ CJ본사 '그린테리아'에서 직원들이 즐겁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이종건 기자 (fost@fenews.co.kr)


영양사 조리원 분주한 손

그린테리아의 하루는 영양사의 조리지침 전달로 시작된다. 오전 8시30분, 조리원들에게 전달되는 조리지침에는 그날의 메뉴와 조리방식, 주의사항 등이 담겨있다.



조리지침을 숙지한 조리원들은 곧바로 식재료 다듬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조리작업에 들어간다. 조리실은 이내 다양한 모습의 바쁜 손길이 뒤섞이면서 곁에서 지켜보던 기자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무 써는 사람, 파 다듬는 사람, 생선 자르는 사람, 육류 저미는 사람…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인간이 누리는 최고의 행복 중의 하나인 먹는 즐거움을 최고조로 이끌기 위한 예비작업.

영양사는 조리원들보다 먼저 출근해 새벽에 배송된 모든 식재료들의 품질과 수량을 점검한다. 아울러 냉장고와 온장고의 온도 확인과 청소상태, 조리실 앞 소독발판의 청결상태 등 업소내 설치된 모든 시설의 위생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영양사가 식재료를 검수할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CJ푸드시스템에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시한 HACCP 기준을 따라야 한다. 식재료 검수시 적용되는 기본적인 HACCP의 기준은 △검수는 배송 즉시 할 것 △검수시 식품은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할 것 △유통기한이 경과한 식품은 반품할 것 △관능검사 후 적정기준에 위해되는 경우, 반품 교환 클레임 제기할 것 △검수 후 식품은 바로 전처리시작 또는 냉장, 냉동고에 보관할 것(어떠한 경우라도 냉장, 냉동식품은 실온에 방치해서는 안된다) 등 까다롭기 그지없다.

부적합시 즉시 반송

영양사는 오전 10시30분까지 이틀 후에 들어와야 할 식재료를 꼼꼼히 확인한 후, 본사에 발주를 신청한다. 급식업소에서 신청된 식재료는 본사에서 이틀 전 산지와 가락동 시장 등을 통해 구입, 수원에 있는 물류처리센터에서 전처리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처리 과정은 급식업소의 하루 일과중 가장 중요하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로뎅의 걸작 지옥의 문 속 ‘생각하는 사람’도 조소 재료에 대한 세심한 전처리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영양사에게 있어 식단짜기가 미술가의 작품구상이라면 전처리 과정은 미술가의 조소재료 엄수 과정임에 틀림었다.

전처리 과정은 채소류의 껍질을 벗기고 씻는 등 농산물을 용도에 맞게 조리 직전의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조리작업을 효율화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지만, 과정에서 식재료에 대한 일차적인 품질 검증 작업을 거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CJ푸드시스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처리 과정을 거친 농산물은 Picking을 거쳐 서울 본사로 운송된다. 본사에서는 전처리된 식재료에 대해 품질검사와 수량검사를 실시한 후 전국에 퍼져 있는 678개 급식업소별로 필요한 식재료를 배분하는데, 샘플검사로 실시되는 품질검사는 계절과 종류에 따라 나름대로 기준이 세워져 있어 만약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 즉시 반송된다.

만약 전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 식재료 사용 하루 전까지 발주를 받기도 한다.

맛깔스런 20여 가지 식단

그린테리아의 컴퓨터 전산망은 급식업무의 전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모든 발주 업무를 비롯한 서류처리 등 행정업무는 물론 직원들의 급식카드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그린테리아의 주방에서는 조리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그린테리아는 약 450명의 CJ본사 직원 중 하루 평균 약 80%의 직원이 하루 식사를 하는 곳. 요리는 밥/국, 일품/면, 주찬, 계절특식, 부찬 등 약 20가지가 제공된다.



기자가 맛을 본 오늘의 메뉴는 쌀밥/감자밥, 냉이된장국, 해물순부두정식, 버섯칼국수, 동태전, 고등어무조림, 쇠고기덮밥, 오징어볶음밥, 만두강정, 봄동겉절이, 김치류(오이김치, 배추김치, 총각김치) 등 다양하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날 주방장 추천메뉴는 해물순두부 정식. 얼큰한 맛과 투박한 느낌이 섞여 입속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급식 이용자들은 분식 한식 덮밥 양식 류 등으로 구분된 코너에 들어 각자의 기호에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보통 2천~3천원 사이의 비용이면 충분히 음식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곳 이용자들의 전언이다.

메뉴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오전 10시30분 부터 음식이 하나씩 완성되기 시작, 배식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새로운 메뉴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미리 만들어진 음식들은 온장고에 보관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딱딱해지고 맛갈스러움이 덜어지는 현상을 방지한다.

발주업무를 마친 영양사는 11시부터 배식위치를 확인하고, 일일이 맛을 보는 등 분주하게 주방과 식당을 오가며 진행상황을 체크한다. 이때 영양사는 HACCP규정에 따라 ‘보관식’을 마련하는 작업에 나선다.



보관식은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식중독 등의 위생사고에 대비해 음식별로 샘플을 마련, 72시간 동안 보관하는 것. 위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원인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영양사의 설명이다.

이 곳 급식전반을 책임지는 영양사 양정현씨(여 28)는 “CJ본사 위생안전팀에서 가끔 불시점검을 나오기 때문에 보존식은 반드시 준비를 해둬야 해요. 보존식은 위생사고에 대비해 원인규명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식당을 위한 일이기도 하죠”라며 “아무리 깨끗하게 음식을 만들었어도 보존식이 없으면 개인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를 모두 식당이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 날 음식을 즐긴 이용자가 체증을 비롯한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생긴 문제를 식당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

이렇듯 보존식은 조리과정과는 상관없는 일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부터 급식준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인기메뉴 바닥날때 미안해요”

오전 11시30분. 직원들이 식당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눈깜짝할 새 주방에서 분주한 손길을 놀리던 조리원들이 정해진 배식위치에 자리를 잡고 음식배식을 시작한다.



일품과 주요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율 배식으로 이뤄지고 준비된 메뉴에 따라 작은 접시들이 준비되어 있어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영양사 양씨는 “직원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듬뿍 담아가는 경우가 많아 배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음식이 동이나는 일이 허다하다”며 “빈 배식대 앞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볼 때는 너무 미안해요”라고 웃었다.

이어 “이 경우를 대비해 직원들이 선호하는 메뉴와 그렇지 않은 메뉴를 미리 파악해 음식량을 조절하지만 간혹 바닥난 배식대를 볼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아요”라고 말했다.

식대는 직원들이 목걸이처럼 지닌 신분증으로 자동 계산돼 월말에 일괄 청구된다. 일주일에 5일 정도 점심식사를 그린테리아에서 한다는 박성현씨(CJ 총무과)는 “주변 다른 식당보다 깔끔하고 입맛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며 “특히 김치, 겉절이, 샐러드 등은 유기농식품이라 그런지 맛이 좋아 즐겨 먹는 편이죠”라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것.

박씨는 또 “바쁠 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정신이 없고, 맛있는 메뉴는 금방 바닥나 늦게 오면 먹기 힘든 경우도 있어요”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박씨가 한 달 식대로 지불하는 돈은 3만5천원에서 4만원선. 한끼 당 약 2천정도이다. 일반 분식점의 라면 한그릇 값으로 푸짐한 부페식을 즐길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린테리아에서 배식이 이뤄지느 11시30분~1시30분 사이 두시간은 하루 중 가장 활기찬 시간이다. “매일 약 360명이 점심을 이 곳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배식을 담당하는 아줌마의 전언이다. 특히 갑자기 비가 내리거나 장마철에는 더 심하다. 날씨가 궂을 때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

배식담당자는 “다들 나가기 귀찮아서 인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몰리거든요”라며 “그럴 때는 음식이 모자라 배식하는 중간에 부족한 음식을 다시 요리하기도 하지요”라고 말했다.

늦은 점심 불구 보람커

조리원들의 식사시간은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늦다. 배식이 끝나고 부랴부랴 설거지와 청소를 마무리하고, 조리원들의 옷까지 빨래를 다시 하고 나면 오후 3시. 조리원들은 그때서야 비로서 남은 음식을 가지고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는다.



늦은 식사만큼 맛도 일품이지만, 힘든 하루일과를 마치고 쏟아내는 이런저런 수다는 웃음소리와 뒤섞여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3시40분. 조리원들의 종례시간이다. 영양사는 하루를 정리하며 부족했던 지점을 지적하고, 본사를 통해 내려온 지침들을 전달한다. 기자가 취재한 이날은 대구지하철사고와 관련해 본사에서 내려온 화재지침이 전달됐다.



“이 건물에서 가스 사고가 날 곳은 식당밖에 없는 만큼 우리들이 더욱더 주의를 해야 해요” “평소에 가스와 전기를 한번씩 더 점검해주세요. 여기 관리실에 부탁해서 전체 소화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하기로 해요”화재예방과 관련한 영양사 양씨의 종례사가 이어진다.
조리원들의 종례는 얼마전 본사에서 진행된 연수를 통해 배웠다는 기체조로 마무리된다. 기체조를 하면서 “조오타~”를 외치는 동안 어느덧 쌓였던 피곤함이 물러난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조리원들이 하나둘 퇴근할 즈음 영양사 양씨는 또 다른 업무를 시작한다. 양씨는 “이제부터 그린테리아 하루일지, 위생안전점검, 영양게시판 관리, 직원식대관리, 고객 소리함 확인 등 전반적인 업무를 진행해요”라며 “전날의 매출과 식수를 바탕으로 어떤 메뉴가 잘 팔리고 안 팔리는 지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 다음 주 메뉴를 계획할 때 반영하기도 하죠”라고 강조했다.



오후 6시. 양씨의 하루 업무가 정리되면 그린테리아도 조용히 하루를 마감한다. 내일을 위한 시작, 휴식인 것이다.

인터뷰

“음식 맛있어요” 한마디에 행복감 느껴
HACCP 기준은 철저히 지켜

“급식업소에서 영양사란 점원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는 점장과 같아요. 고객서비스의 정신을 바탕으로 업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고 확인해야 하니까요”
양정현 (여 28 영양사.사진)에서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급식업소의 첫 번째 중요한 역할이지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점심시간이 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휴식의 시간이거든요”

양 영양사는 무엇보다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음식 맛을 비롯해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한 사항은 ‘고객 소리함’을
통해서 의견을 듣고 게시판을 통해 답변을 드립니다. 고객들이 좋은 반응이 오면 그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끼죠”

300명이 넘는 직원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영양사 일에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가끔 개인의 입맛에 맞는 식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자신이 젓갈이 들어간 김치를 싫어하니 젓갈을 빼고 김치를 다시 해달라던가, 싱거운 음식이 입에 맞으니 소금을 조금만 넣어달라던가, 전체 직원의 입맛을 책임져야 하는 제 입장에선 이런 의견들이 곤혹스럽죠.

그러나 직원들이 ‘오늘 음식이 맛있었어요’,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얘기를 해주실 때는 보람과 함께 만족감을 느낀답니다”라고 말한다.

항상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는 그이지만, 업소의 위생상태를 체크할 때는 단호한 검시관의 얼굴이 된다. “HACCP 기준만 잘 지켜도 위생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냉장고 고장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사전에 온도 체크가 소홀했다는 뜻이죠. 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위생점검을 철두철미하게 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양영양사의 표정에서는 흐뭇함과 함께 자신감이 느껴진다.

고객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업소의 여기저기를 바삐 뛰어 다니는 양영양사의 모습이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푸드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ee@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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