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협상과 협상 기술

  • 등록 2008.05.20 1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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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불거진 문제들은 이미 예견되었던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FTA를 마무리 지으려면 쇠고기 수입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그 처리를 다음 정권에 넘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직시하고 보다 철저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서민 생활과 관련해서 소홀히 다루면 안되는 세가지 주제가 쌀, 쇠고기, 땅(주택) 문제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세가지가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백성들이 쌀밥과 고깃국을 먹으며 기와집에 살 수 있게 해 주면 적어도 나라가 뒤집힐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왜 쌀과 쇠고기를 수입해 와서 싸게 공급하고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데도 국민들의 반응이 이럴까. 그 이유는 국민들이 이 세가지를 “수요자”의 입장이 아니라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는 쪽이 보다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쌀 소비가 줄어 들어 재고가 늘고 있고 농업인구가 10% 미만이 된 지금도 국민들은 무의식 속에서 쌀을 생계의 기본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대학교 등록금을 낼 때가 되면 시골집에서 소를 팔아 돈을 보내주었다. 그 덕에 농촌의 수재들이 대학 교육을 받아 그들의 부모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아마도 그들의 가슴 속에는 고기로서의 소가 아니라 몫 돈이 필요할 때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저축 수단으로써의 소가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이나 땅 또한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파는 사람이 있고, 파는 사람들로써는 재산의 대부분이었기에 집 값이나 땅 값이 떨어질 수 있는 일이 생길 때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태까지는 이 모든 것들의 근본에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는 농민과 그들의 생업의 문제가 자리해 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보듯이 이번에는 주된 이슈가 농민의 문제에서 국민 건강의 문제로 옮겨가 버렸다.

 일부에서는 이 상황을 정권을 놓친 측에서 배후 조종을 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똑 같은 일이 생긴다면 야당으로써의 현 집권당도 똑 같이 건강상의 이슈를 제기 했을 것이다. 수입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직접 나자신과 나의 가족의 건강과 미래에 직결 될 수 있다는 알기쉽고 간단한 주장에는 상당한 파괴력과 전파력이 있다. 따라서 해결책은 국민의 쇠고기 소비에 대한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다.

  이것을 야당의 공세로만 보고 대책을 소홀하게 한다면 스스로 정권의 토대를 허물어 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국민들은 자신의 건강과 재산을 지켜주는 일이 바로 정부와 집권당의 첫번째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국적기업의 간부로 취임했을 때, 회사가 가장 먼저 해 준 것이 바로 일주일간의 “협상 기술 교육”이었다. 실제로 과제를 주고 협상 해 나가는 과정을 비디오로 일일이 촬영하여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깨워 주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도 쇠고기협상 과정의 지난 기록을 뒤져서 우리 측의 전략이나 협상 담당자들의 협상 과정을 세밀히 검토하여 어떤 문제점이 있었나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잘못 되었던 점을 차근히 찾아내어야 한다. 아마도 거기에서 이번 사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앞으로 이어질여 러가지 정부간 협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의 협상 전략이 적정치 못했거나 우리 측 협상 기술이 낮았을 수도 있으며 협상 용 정보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거나 우리 측 정보가 너무 많이 유출 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묻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국은 쇠고기 수입 해결 없이 FTA 비준이 어렵다 했지만 미국의 쇠고기 수출 업자들은 당연히 그런식으로 압력을 가하는 로비를 했을 것이고 미국 측 협상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우리 측 에 전달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진짜 협상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협상 기술을 익힌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미국 의회의 FTA 통과에 책임있는 의원이 한미 FTA 비준에서 쇠고기 문제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절대적인 전제는 아니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은가.
푸드투데이 -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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