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새 수입조건을 정하기 위한 한미간 협상 일정이 당장 이번주로 잡힘에 따라 물 건너 간 듯 보였던 '연내 LA갈비 수입' 가능성이 다시 살아났다.
협상에서는 "부위.연령 제한없이 모두 개방하라"는 미국측의 요구와 "광우병위험물질(SRM)과 부산물 등은 받을 수 없다"는 우리측 주장이 맞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협상 상황이나 결과와는 별개로, 정부는 현행 수입조건상 SRM인 등뼈가 다시 발견된 지 겨우 1주일만에 미국의 '총체적 수출검역 부실'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미국측이 원하는 근본적 수입위생조건 개정 요구를 '발빠르게' 받아들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등뼈 발견 1주일만에 전격 협상 돌입
미국산 쇠고기에서 잇따라 현행 수입금지 품목인 등뼈와 갈비통뼈 등이 발견돼 여론이 악화되자, 최근 임상규 농림부 장관이나 이상길 축산국장 등은 모두 한미 수입위생조건 협상 일정과 관련해 계속 "서두르지 않겠다", "신중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여기에 지난 5일 두 번째 등뼈까지 나와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사실상 올해안에 새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되고 미국산 갈비가 들어오는 것은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9일 농림부는 "지난 주말 미국측이 검역 기술 협의를 제안해왔고, 우리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이번주 11~12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등뼈 검출로 미국산 수입 검역이 멈춘 지 딱 1주일만에 근본적으로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뜯어고치는 협상에 나선 것이다.
미국측의 입장에서는 협상을 서두는 것이 당연하다. 두 번째 등뼈 발견으로 취해진 검역 중단, 수입 선적 금지 조치가 새로운 수입위생조건 체결과 적용 시점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교역 공백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면 미국으로서는 현행 위생조건을 하루라도 빨리 고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미국측은 지난 8월초 첫번째 등뼈 발견 당시에도 수입검역 중단 조치가 내려진 바로 다음날 사고 해명에 앞서 "아예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서둘러 등뼈 수입 허용 문제도 논의하자"는 식의 '적반하장'격 제안을 해온 바 있다. 이 때 농림부는 우선 해명을 요구하며 미국측 제안을 거부한 사실을 국회 등에서 강조하기까지 했다.
두 번째 검역 중단 조치 직후인 지난 주말 미국은 다시 같은 제안을 해왔고, 우리측도 이번에는 이를 받아들여 협상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로서는 사실 이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개방 폭을 넓혀야 하는 수입국의 입장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현행 위생조건 위반에 대한 미국측의 해명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검역의 헛점을 공격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 상식적이다.
더구나 지난 5일 열린 장관 자문기관 가축방역협의회에서도 생산자단체측 대표를 비롯해 일부 위원들이 반복적 등뼈 발견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서둘러 협상 개시를 결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정부가 검역 문제에서 미국측에 끌려간다는 비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 '30개월미만, SRM.꼬리.내장 등 불허' 지켜질까
정부는 지난달 두 차례의 전문가회의 등을 거쳐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조건 개정 협상에서 SRM 7가지와 꼬리, 내장, 사골 등 부산물의 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도 고수할 예정이다.
광우병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이 포함될 수 있는 편도.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뇌.두개골.척수 등 7가지 SRM의 수입을 가능한 한 막고, 우리로서는 수요가 많지만 미국내 소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사골, 꼬리, 각종 내장 등도 일단 수입 금지 품목으로 규정하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검역 전문가회의를 통해 축적한 각 부위별 광우병 위험 정도나 다른 나라 사례 등에 관한 정보, 지금까지 현장조사 등 수입위험평가 과정에서 지적된 ▲ 이력추적제 미비 ▲ 사료정책상 광우병 교차오염 가능성 등을 미국측에 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광우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교역상 가치가 큰 갈비의 경우 이번 수입조건 개정을 통한 개방이 거의 확실시된다.
정부가 일단 지키겠다고 내놓은 '30개월 미만', 'SRM 및 내장.꼬리 등 부산물 수입 금지' 등의 원칙 역시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나 관철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측은 지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받은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앞세워 "OIE 규정대로 나이.부위 가리지 말고 모든 쇠고기 상품을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OIE 권고 지침에 따르면 '광우병위험통제국' 쇠고기의 경우 교역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나이와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SRM의 경우도 편도와 회장원위부는 소의 나이에 관계없이 반드시 빼야하지만, 월령이 30개월 미만이면 뇌.두개골.척수 등은 제거할 의무조차 없다.
특히 꼬리나 사골, 내장 등의 부산물은 미국 축산업계 입장에서 상당한 이윤을 기대할 수 있는 품목인만큼 미국측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연령 제한 규정과 같은 '30개월 미만' 규정도 이미 일본이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가 미국측으로부터 거부당한 바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만약 협상이 무리없이 진행돼 11월 중순 이전 새 수입위생조건이 체결될 경우 국내 고시 기간 20일과 새 검역 기준에 맞춘 미국의 수출 준비, 수송 기간 등에 소요되는 40일이상의 시간을 감안해도 연내 LA갈비 수입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푸드투데이 이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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