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구 -1. 인간이 먹는 유일한 암석

  • 등록 2007.08.09 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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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열풍에 힘입어 청정 갯벌에서 채취한 토종 천일염이 뜨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으며 각종 요리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양념인 소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중한 식품이다. 그동안 정제염에 밀려 홀대받던 천일염의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가운데 전라남도에서 ‘천일염 명품화’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2011년까지 총 998억원을 들여 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천일염 명품화’사업과 함께 소금의 역사와 현재, 미래가치를 4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생산 귀해 황금에 맞먹는 위력 발휘
다국적 제염업체 등장 희귀성 소멸


혈액속에도 0.9% 함유


인간이 먹는 유일한 암석인 소금. 짠 맛이 나는 백색의 결정체인 소금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인체의 혈액속에도 0.9% 가량 들어 있다.

단일 품목으로 소금 만큼 인류의 역사와 문화, 경제 등에 깊이 관여하고 영향을 끼친 물질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라는 말이 있듯이 소금은 황금과 맞먹는 결제의 수단이자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다국적 제염업체가 등장하고 소금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소금은 더 이상 부의 수단이 되지 못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길바닥에 마구잡이로 뿌릴 정도로 싸구려 취급을 받는가 하면 염전은 버려졌고 암염광산은 관광용이나 핵폐기물 저장고로 쓰임새가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시장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지천으로 널린 소금을 싼 값에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어느 누구도 귀한 식품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뉴욕 타임스 음식 칼럼니스트 마크 쿨란스키는 자신의 저서 ‘소금’과 ‘소금, 세계사를 바꾸다’에서 역사적으로 소금을 가진 자가 돈과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소금의 보존 기능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맛은 부드럽게, 단맛은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소금은 각종 요리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양념이다. 소금은 생선이나 고기의 보존과 방부제로 쓰였으며 우유와 크림을 치즈로, 고기를 햄과 베이컨으로 만든다.

소금은 한정된 지역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항상 국가와 권력의 통제를 받아야 했고 기근과 질병이 만연할 때 구황제 구실도 톡톡히 해냈다. 이에 따라 소금이 산출되는 지역은 무역의 중심지가 됐고 소금은 황금에 버금가는 결제 수단이었다.

소금은 언어 발달에도 영향을 미쳐 영어의 ‘salt(소금)’ ‘salary(봉급)’ ‘soldier(병사)’ 등이 라틴어 ‘sal’에 어원을 두고 있다. 로마 정부는 소금값을 올려 그 수입을 군비로 썼고 병사들은 가끔 급료로 소금을 받기도 했다.

또 소금을 운송하는 일이 계기가 돼 수많은 공공사업이 생겼고, 소금 때문에 교역로가 건설되고 동맹이 맺어졌으며, 화학과 지리학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만리장성 재원 소금으로 마련

인류사를 ‘하얀 황금의 역사’라고 표현한 쿨란스키에 따르면 돈이자 권력이었던 소금에 얽힌 세계사의 에피소드가 적지 않다.

중국 당나라 시절엔 세금 수입의 절반이 소금세였고 만리장성을 짓는 데 필요한 돈도 소금에서 나왔으며,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전쟁을 앞두고 소금을 공짜로 나눠주어 민심을 얻었다.

소금은 청정과 신성의 상징으로 여겨져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체를 소금물에 담기 미라의 부패를 막았고 이스라엘에서는 비료로 쓰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나쁜 것을 쫓는 데 소금을 뿌리는 관습이 있다.

또 미국의 남북전쟁도 소금 때문에 일어났고, 영국과 유럽 여러나라들은 대구·청어 등 염장에 필요한 소금을 얻기 위해 약소국을 식민지화했다.

‘인도의 등불’ 간디는 인도에서 소금 제조를 금지한 영국에 항의하기 위해 아라비아 해변 384㎞를 수천 명의 군중과 함께 걸었던 ‘소금행진’으로 인도 독립운동을 촉발시켰다.

우리나라도 고려 태조 때 ‘도염원’을 설치, 소금 전매제를 시행해 국가 재정의 주요 원천으로 삼았고 서울의 염리동. 염창동 등은 소금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최근에 이르러 지나친 소금 섭취가 고혈압과 심혈관게 질환의 원흉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소금의 경제적인 가치도 떨어졌다.

굵기가 일정한 하얀 소금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수천 년의 세월과 노력이 무색하게 이제 많은 사람들은 염화나트륨 덩어리인 정제염보다는 미네랄 등이 풍부한 천일염을 즐겨 찾는다.

‘많이 먹으면 독이 되고 적당히 섭취하면 약’이되는 소금은 세상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값싼 물건의 하나가 됐지만 여전히 인간의 몸이 필요로 하는 소중한 식품이기도 하다.
푸드투데이 장은영 기자 001@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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