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개인 간 중고거래 허용 시범사업이 시행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제도 공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시범사업이 국회 입법 지연으로 사실상 무기한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2일 국회 및 정부 당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 심사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제도화가 이뤄질 때까지 현재의 건기식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국회 일정이 마무리된 현재까지도 관련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대로 심사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여기에 후반기 상임위 구성 과정에서 복지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 절차를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후반기 복지위의 정상 가동과 법안 심사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식약처는 본지 질의에 대해 “현재 개인 간 거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어 국회 법안 심사 후 본격 제도화 시까지 현재 시범사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 일정상 관련 법안이 상임위에서 현재까지 심사·논의된 적은 없고, 해당 법안에 대한 식약처 입장은 제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소비자 안전과 보호,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시범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국회 논의 일정에 맞춰 제도화 입법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안전상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시범’ 이름으로 3년 차…국회 멈춘 사이 장기화
지난 2024년 5월 시작된 건기식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은 과거 법으로 금지됐던 건기식을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일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개인끼리 사고팔 수 있도록 임시 허용한 제도다.
시범사업 시행 이후 거래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식약처가 2024년 5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거래 건수는 17만1442건으로 집계됐다. 거래 규모는 약 52억8000만원에 달했다. 월평균 거래 건수는 약 8500건 수준이었으며, 기념일이 많은 5~6월과 설·추석 명절이 있는 9~10월에는 거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제는 행정·입법적 결론 없이 시범사업 기간만 늘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1년(2025년 5월 종료) 운영될 예정이던 이 사업은 지난해 말까지 한 차례 연장된 뒤 현재는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국회 논의 결과를 기다리는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시범사업’이라는 이름과 달리 사실상 상시 운영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지 법안 계류 중…일회성 거래까지 막을 수 있나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 발의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건기식 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개인의 재판매를 명시적으로 금지해 유통 질서 혼란과 제품 변질 등 사회적 문제를 막자는 취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도 건기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기식은 정제나 캡슐 형태가 많아 개인이 잘못 보관해 변질되더라도 육안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법리적 쟁점은 남아 있다.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영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 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개인이 선물 받은 제품을 한두 차례 판매하는 일회성 거래까지 건강기능식품판매업 신고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는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위 전문위원실도 개정안 문구만으로는 개인 간 거래를 완벽히 차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의약품처럼 별도 조항을 통해 판매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의 조문 수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전문가와 업계는 개인 간 거래의 특성상 보관 환경과 제품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미개봉 제품 중심으로 거래하도록 관리하고 있지만, 포장을 뜯지 않았더라도 보관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제품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한약사회는 건기식에 대한 국민 건강 보호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기식 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자는 건기식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도 냈다.
반면 개인 간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데에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선물로 받은 미개봉 건기식을 폐기하지 않고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과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EU,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이 개인 간 건기식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전면 금지를 선언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위반만 1만3000건…보관·직구·의약품 혼입이 사각지대
결국 쟁점은 단순한 찬반 논리를 넘어 이미 거대해진 시장 안에서 ‘고위험 거래’를 어떻게 실효성 있게 차단하느냐로 모인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공개한 시범사업 초기 1년간 자료를 보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두 곳에서만 1만3153건의 가이드라인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개봉 제품 판매 1792건, 소비기한 경과 608건, 의약품 혼입 509건, 해외직구 제품 판매 463건 등이 확인됐다.
식약처 가이드라인이 가동되고 있지만, 플랫폼 모니터링 인력의 한계와 개인 보관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상시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외직구 제품이나 위해식품 차단 목록에 등재된 제품까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은 안전관리상 취약 지점으로 꼽힌다.
건기식은 일반식품과 달리 기능성 원료나 성분을 함유한 제품이다. 섭취 대상, 섭취량, 병용 주의사항 등에 따라 소비자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에서는 제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의약품 병용 주의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상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기식 업계 관계자는 “품질 관리가 생명인 건기식의 특성상 판매 환경이 불확실한 중고거래는 늘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라며 “시범사업이 사실상 본사업처럼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임시 가이드라인이 아닌 명확한 법적 기준과 플랫폼의 책임 조항, 소비자 피해 구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불편 해소라는 취지로 문을 열었던 건기식 중고거래가 50억 원대 시장으로 커졌다. 그러나 거래 규모가 확대된 만큼 ‘시범사업’이라는 임시 간판만으로 책임을 유예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건기식 개인 간 거래를 전면 허용할지, 금지할지, 또는 조건부로 제도화할지 명확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범사업 3년 차에 접어든 건기식 중고거래가 소비자 편익과 식품안전 사이에서 어떤 제도적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