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수입 건조필름배지' 독점 끝난다…식약처, 미생물 시험 기준 손질

  • 등록 2025.12.23 14: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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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조성·목록 삭제 국제 공인 제품 허용…연 143만 건 검사 시장 재편
국산 배지 제품 사용 시 비용 최대 30% 절감…업계 “국가 인증체계 시급”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식탁 위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 미생물 검사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특정 글로벌 기업이 사실상 독점해 온 ‘건조필름배지’ 기준이 개선되면서 국산 기술로 개발된 시험제품들이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23일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안)를 행정예고하고, 미생물 시험법에 포함된 건조필름배지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식품공전에 명기돼 있던 특정 건조필름배지의 조성·목록을 삭제하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건조필름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조치는 미생물 시험의 신뢰성을 유지하면서도 시험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취지다.

 

연 143만 건 검사 시장…고가 수입 배지 구조 고착

 

그동안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조필름배지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건조필름배지는 일반 배지와 달리 실험실에서 직접 제조할 수 없고, 성분이 공개되지 않은 ‘상품화된 시험 키트’임에도 불구하고, 공전상 특정 브랜드명이 명시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입 제품만 충족할 수 있는 시험 방식이 기준으로 작동해 결과적으로 소수 해외 업체 중심의 시장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식약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식품 생산액은 184조 9천억 원, 시장 규모는 217조 4천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우리 식탁과 가장 밀접한 가공식품 생산액만 108조 5천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안전 관리의 핵심인 미생물 검사 물량 또한 방대하다. 정부의 수거·검사와 제조사의 자가품질검사를 합산하면 연간 검사 건수는 최소 143만 건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막대한 검사 수요 속에서 편리성을 앞세운 건조필름배지가 필수재로 자리 잡았으나 지난 20년간 해외 2개사가 시장을 독점하며 고가 정책을 고수한 탓에 국내 식품업계의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요구로 2014년 공전에 등재된 이후, 경쟁 없는 수입 제품을 비싼 값에 사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량의 배지를 사용하는 대형 제조업체일수록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산 건조필름배지, 국제 인증 확보…가격은 70% 수준

 

최근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건조필름배지와 미생물 시험 키트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국산 기술로 개발한 제품에 대해 국제 공인 인증을 획득하고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 수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조 제품의 공급가는 기존 수입 제품 대비 70% 이하 수준으로, 식품공전 개정 이후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에는 배지·시험키트·분석장비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시험제품 인증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개발사들은 해외 인증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 연구개발과제(2024)에 따르면 시험제품 개발에는 수십억 원의 비용과 수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이를 국내에서 인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개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국가 시험제품 인증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사유로는 인증제도 접근성 확대와 국내 개발제품 수요 증가(각 26%)가 가장 많았고, 이어 국내 기술 개발 산업 활성화(22%), 인증 소요 시간 절감(15%), 인증 비용 절감(7%) 순으로 나타났다.

 

인증 신청·관리 기관으로는 정부 출연기관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60%로, 정부 기관(30%)을 크게 웃돌았다. 시험제품 개발에 최대 80억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와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 출연기관 중심의 공신력 있는 국내 인증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식품공전 개정을 시험 환경의 공정성과 경쟁을 회복하는 조치로 평가하면서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시험제품 인증제도 도입에 대한 정책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수입 제품 중심의 시험 구조가 개선되면서 국산 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 기술로 제조된 검사 키트와 장비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진지한 인증제도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식약처는 이번 행정예고와 관련해 2026년 2월 23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고시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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