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2년경 프랑스 파리에는 콜레라가 한참 유행이었다. 그 때 어떤 의사가 포도주를 마시는 환자의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환자의 생존율 보다 높다는 것을 발견하고, 음료수에 포도주를 섞어 마실 것을 권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의사의 처방을 전해들은 오스트리아 군의관이 그 처방이 효과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고 한다. 한 개의 시험관에는 물만, 나머지 시험관에는 물과 적포도주, 물과 백포도주를 각각 반씩 넣었다. 그리고 각각의 시험관에 콜레라균을 넣고 관찰을 했다. 그랬더니 포도주가 들어간 시험관 속의 콜레라균은 10~15분이 지나자 모두 죽고, 물속의 콜레라균은 계속 번식했다. 실험으로써 포도주에 살균능력이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실험을 할 때도, 그리고 그 후 오랜 세월 동안에도 포도주의 살균 능력은 알코올 성분 때문으로 알고 있었다. |
그러다가 1950년대에 프랑스의 한 과학자가 포도주의 살균 능력은 알코올이 아니라 페놀류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페놀류에 함유된 안토시안, 특히 말보시드가 페니실린과 같은 방식으로 멸균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도주스에도 살균 작용은 있다. 그러나 이 살균 역할은 발효될수록 완벽한 살균 화학 물질로 변하기 때문에 포도주스 보다는 포도주가 살균작용이 더 강하다. 또한 백포도주보다는 적포도주가 살균작용이 더 강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투에서 부상당한 병사의 상처에 포도주를 부었다고 한다. 그들이 살균 역할을 하는 것이 포도주의 페놀성분이라는 것까지는 몰랐겠지만, 오랜 경험으로 포도주에 살균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갑은 19XX년 5월 초순경부터 구강 및 외음부를 중심으로 전신에 크고 작은 수포가 발생하면서 통증이 있자 같은 달 23. 을병원 피부과에 내원하여 조직검사를 한 결과 심상성천포창(인체 내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피부 및 점막 기저층 위의 표피 내에 수포를 형성하는 비교적 드문 재발성 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종래에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망률이 약 70~90%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였지만 최근에는 부신피질호르몬을 포함한 스테로이드 제제나 면역억제약을 투여하여 효과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으로 진단받았다.
을병원 의사들은 갑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서 습포치료 및 국소항생제를 피부에 도포하고, 세균감염 방지를 위한 자치오프린(Azathioprine)을 병용 투여하면서 주기적인 검사 등을 실시하였고, 이에 갑은 상태가 점차 호전되었다.
그러나 7. 2.부터 갑자기 고열이 지속되고 복부 불편감을 호소하고 7. 4.에는 오한과 구토증세가 있어, 피고병원은 환자에게 여러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검사결과 살모넬라균이 배양되었고, 이에 반코마이신을 투여하였으나 갑은 살모넬라균에 의한 세균성 뇌막염이 발생하여 의식장애, 실어, 전신운동장애, 경부강직 등의 후유증이 발생한 후 같은 해 9월 호흡곤란으로 사망하였다.
갑의 유가족들은 을병원이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여 살모넬라균에 감염되었다며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갑의 면역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경우 1인용 병실에의 입원을 권유하거나 음식섭취, 타인접촉 등에 있어 각별히 조심하라고 설명하여 후유증 등에 대비하도록 할 의무가 을에게 있으나, 을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갑을 8인용 일반병실에 입원시킨 채 치료하다가 살모넬라균에 감염되게 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위자료 배상판결을 내렸다.
기껏 포도주를 상처에 붓는 것이 유일한 감염치료 방법인 때가 있었는데, 무균술이 발전하면서, 감염예방에 대한 의사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전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