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칼럼] 경제와 ‘카리스마’

  • 등록 2004.03.08 11: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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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
본지 편집고문/
경원대 겸임교수
최병렬(崔秉烈)씨의 경우

좀 엉뚱한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곤경에 처한 한나라당 대표 최병렬(崔秉烈)씨에겐 일컬어 ‘최틀러’란 별호가 오래도록 따라 다녔던 걸로 알려져 있다. 듣기에 따라선 ‘독재’의 이미지를 안 풍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뜻 보다는 그가 그만큼 진취적인 성향의 소유자이고, 따라서 이른바 ‘카리스마’를 갖춘 정치인으로 강력한 리더십의 행사가 예견된다는 함의(含意)가 내포되어 있기도 했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아마도 실망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례되는 표현을 써 보면, 그는 처음 제법 그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 여러 색깔로 나뉘어져 있는 한나라당 안 세력들을 장악함으로써 대표로서의 ‘롱런’을 점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왜 그는 실패한 것인가. 책임을 이회창(李會昌)씨에게 떠넘기는 악수(惡手)를 뒀다느니, 보다 더 강력하게 노무현(盧武鉉)정권을 공략하는 데에 실패했다느니 해 가며 백가(百家)가 쟁명(爭鳴)하고 있지만, 나는 그가 이미 낡아버린 카리스마의 그물을 잘못 던졌다가 되레 자신이 그 그물에 갇힌 꼴이 되었다고 묘사해 두고 싶다. 그러고 보면 카리스마란 것도 때와 장소를 잘 가려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헌재(李憲宰)씨의 ‘롤백’

‘경제’이야기로 되돌아 와서, 새 경제부총리 이헌재(李憲宰)씨의 요즘 행보(行步)가 화제이다. 카리스마란 걸로 치자면 그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인물임에 틀림없다. 잠시 그의 이력을 더듬어 보면, 그는 옛 재무부 관료시절 이를테면 천재성(天才性)을 발휘하다가 요즘 말로 좀 튀는 성향 때문에 아깝게도 옷을 벗고 말았다.

그뒤 이곳저곳 낭인생활 끝에 옛 대우그룹에 몸을 담은 적도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서도 그곳의 황제 김우중(金宇中)씨와 한판 붙고 나왔다는 미확인 풍문이 있다. 왜 이렇듯 잡다한 얘기들을 난 늘어 놓고 있는 것인가. 요약하건대, 어떤 방면으로든 유능한 인물들이 그 카리스마란 망령에 포위되어 끝내 일을 그르치는 불행이 되풀이되어선 안되겠다는 메시지를 다름아닌 이헌재 부총리에게 던져 두고 싶은 것이다.

말하자면 ‘경망한 천재’ 보다는 화합(和合)의 묘(妙)를 구사할 줄 아는 범재(凡才)가 지금 우리 사회엔 더 필요하다는 게 내 의견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실타래처럼 엉클어진 한국경제 현장에서랴 더 말할 것이 없다.

한명의 천재가 수십만의 인구(人口)를 먹여 살린다고 부르짖은 기업인도 있다지만, 그건 말 그대로 기술개발 차원의 담론(談論)이고, 가령 경제정책의 운용 같은 건 이제 천재는 물론 카리스마의 영역에서도 일탈(逸脫)한지 오래임을 모두 함께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헌재 롤백’을 바라보는 내 심중엔 다소 우수(憂愁)같은 것이 깃들여 있음을 고백해 두고 싶다. 좀 직설적으로 말해 보면, 그는 너무 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령 그가 취임한지 며칠도 안돼 기업접대비 규제 한도와 관련하여 국세청장을 질책했다든가, 한은(韓銀)총재를 경제장관 회의에 참석시키지 말도록 지시했다는 신문보도 내용들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전자(前者)는 이미 시행된지 며칠 된 것이고, 후자도 성급한 발언이긴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먼저 한은총재에게 전화라도 걸어 그 취지를 설명하는 게 옳았을 듯 싶다.

객담(客談)이지만, 신임 경제부총리도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긴 걸로 안다. 신용불량자 문제가 되었든, 토지투기 문제가 되었든간에 뭘 일거에 해결하려들지 말고 여러 의견들을 청취한 연후에 천천히 결론을 내 보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라면 결론이다.

‘선거’같은 걸 염두에 둬선 더구나 더 안될 일이다. 사족(蛇足) 하나를 더 첨가한다면, 그는 작고한 김 재익(金在益)씨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고서도 김씨는 늘 다양한 범위의 경제전문가들과 교류, 의견청취에 인색치 않았다.
푸드투데이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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