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쌀과 아이들

  • 등록 2004.03.03 11: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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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 편집국장
어릴 적 생쌀을 먹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 몰래 쌀독에서 훔쳐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먹던 기억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귀한 쌀을 훔쳐 먹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생쌀을 먹으면 배속에 회충이 생긴다”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릿고개가 한창이던 60년대에 먹을거리가 없는 아이들에게 쌀은 주식이자 간식인 셈이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쌀이 이미 주식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밥 대신에 피자, 햄버거, 자장면이 주식 노릇을 하고 있다. 그나마 학교급식조차 없다면 하루 한 끼도 밥을 먹지 않는 아이들도 많을 걸로 생각된다. 이런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생쌀을 먹으라고 하면 아마 기겁을 할 것이다.

필자는 최근 기능성 쌀을 개발, 보급하는 한 사업가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사
람이 내 앞에 내놓은 기능성 쌀은 얼핏 보면 쌀이 아닌 줄 착각할 정도였다. 금쌀, 은쌀, 인삼쌀 등 각양각색의 쌀을 보면서 흰쌀의 고정관념만 갖고 있던 필자로서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직접 먹어보니 맛도 그만이었다. 필자는 순간 어릴 적 생쌀을 먹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요즘 아이들의 구미에 맞는 기능성 쌀을 개발해 간식용으로 보급하면 어떻겠냐는 제의까지 했다.

그러는 나에게 그 사업가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는 기능성 쌀에 관심을 갖기 전에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흰쌀’에 먼저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쌀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른들조차 수 천 년 동안 주식으로 먹어온 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래도 어른들이야 알고 먹던 모르고 먹던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아이들에겐 쌀이 우리 몸에 왜 좋은지, 우리 조상들이 왜 수 천 년 동안 쌀을 주식으로 먹어왔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밥이 보약이다’, ‘밀가루 음식은 근기가 없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내가 만난 그 사업가는 한자 기(氣)자에 쌀 미(米)자가 들어가는 점까지 예를 들면서 쌀이 몸에 좋은 점을 줄줄이 풀어 놓았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쌀밥과 김치, 된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전통식단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건강식이라는 것이 연구 발표되고 있는 걸 보면 어른들의 말이 빈말은 아님이 틀림없다.

쌀은 우리에게 물이나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없으면 안 되는데도 그 가치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습관처럼 먹고 있는 주식이며 그것도 몸에 좋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함이 충분하지만 쌀은 바로 우리 농업의 기반 그 자체라는 점에서도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쌀에 대해 이제는 바로 알고, 또 이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해줄 필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쌀이 우리 몸에 왜 좋은지 등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그를 바탕으로 학교급식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쌀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제대로 알려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가 밥을 즐겨 먹도록 하는 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마침 올해는 ‘쌀의 해’다. 필자가 어릴 적 생쌀을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즐겨 먹던 것처럼 요즘 아이들도 신세대 입맛에 맞게 개발된 현대식 ‘기능성 쌀’을 간식으로 즐겨 먹는 날이 오길 기대하는 것이 허황된 생각이 아니길 빈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푸드투데이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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