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칼럼] ‘대립’의 벽 너머로

  • 등록 2004.02.27 13: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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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
본지 편집고문/
경원대 겸임교수
추기경‘발언’ 파문

해방 직후 지식인들이 좌우로 갈려 싸우는 바람에 세상이 온통 난장판이 됐었다고 노년세대들이 자주 회고하는 걸 듣는다. 나는 그분들께 되묻곤 한다. 요즘 세상도 어지간히 혼란스러운 듯 한데 그때와 비교하면 어떠냐고 말이다. 대개는 쓴 웃음들만 짓고 만다.

모르긴 모르되, 예나 지금이나 난형난제의 형편일 것이다. 한마디로 잘라 말해서, 요즘의 한국사회란 같은 민족끼리 어울려 사는 세상이 아니라 ‘홉스’의 말마따나 ‘만인은 만인의 적’인양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전쟁터로 변모되었다고 묘사한다면 내가 좀 지나쳤을까.

가령 김수환 추기경이 열린우리당 지도부 일행에게 던졌다는 ‘쓴 소리’의 내
용을 새삼스럽지만 다시 되새겨 볼 필요를 느낀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반미친북’의 흐름이 퍼져가고 있음을 걱정한 걸로 보도되었다.

놀랍게도 추기경을 향한 ‘인신공격’을 곁들인 맹렬한 반론이 어떤 온라인 매체에 게재되었다. 그 내용이 가위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요약하자면, 추기경의 상황인식이 전폭적으로 오류에 빠져 있고, 이로써 이 발언이 민족의 내일에 ‘걸림돌’로 불거졌다는 것이다. 진보성향의 언론인으로 알려진 이 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날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김 추기경의 모습이 과대평가된 대목이 많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운운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격분케 하기도 했다.

분명히 해 두지만, 나는 지금 이 논쟁과 관련하여 추기경 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비판’의 자세가 온당치 못함을 지적해 두고 싶은 것이다. 언필칭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른바 토론이란 그 누구와도 전개될 수 있어야 하고, 그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사회의 성숙화에 기여하게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요새 벌어지는 토론이란 것들을 보면, 이건 숫제 ‘싸움판’의 악다귀 소리들 뿐이다. 내 얘기만 옳고, 상대의 목소리엔 아예 귀를 틀어막고 있는 모습들이 도처에서 산견된다.

추기경 발언만 해도 그렇다. 그가 걱정하는 만큼 ‘반미친북’의 흐름이 팽배되어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하고, 혹시 더 곁들인다면 성직자로서 너무 과도하게 시속(時俗) 일에 관심 두는 건 적절치 않을 것같다는 의견을 개진할 경우 얼마나 품위 있는 비판이 될 것인가. 왜 이다지도 오늘의 한국인들은 모두 성이 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위(四圍)가 온통 ‘대립의 벽’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것만 같다. 노사(勞使)도 적(敵)과 적의 대치요, 국회도 국정(國政)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로지 정파(政派)의 이익을 다투는 전쟁터요, 청와대도 온통 총선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 모습이고 보면 나라의 앞날이 농무(濃霧)속에 갇혀 있다 할 만하다.

아무쪼록 5천만 민족 모두가 지금 이 순간에 옷깃을 여미고 숙고(熟考)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라 할 것없이 ‘대립의 벽’ 너머로 손을 내밀어 다 함께 악수하고 내일의 한국 건설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모양새로 대립만을 일 삼다간 다가 올 것이라곤 공멸(共滅)의 재앙뿐일 것이다.

'시장경제'의 우상화

지금 ‘경제’도 썩 좋지 않은데, 이 부문에서도 역시 ‘대립의 벽’이 심각하다는 게 내 의견이다. 가령 이른바 시장경제의 원칙이란 걸 둘러 싸고 진보·보수파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불붙고 있는 논쟁을 들여다 보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수 쪽 사람들은 마치 염불을 외듯 모든 걸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진보파들은 일컬어 시장의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시장을 외면해서도 안되고, 또 이걸 우상화해서도 곤란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양측이 조화의 지점 모색에 나설 필요가 있다.
푸드투데이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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