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칼럼] 거꾸로 가는 세상

  • 등록 2004.02.10 13: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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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
본지 편집고문/
경원대 겸임교수
‘역사’ 속으로의 후퇴

역사 속에서 발군의 인물들을 꼽을라치면 별의별 사람이 다 있을 것이다. 몇년전이던가,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즈가 21세기를 맞이하는 기념특집에서 지난 1천년간 세계사의 진운에 공헌한 인물들을 나열했던 것이 기억난다.

징기스칸도 튀어 나왔고, 역설적으로 히틀러 같은 이름도 거명되어 씁쓸한 뒷맛을 남겨 주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히틀러 등속의 광인적(狂人的) 역할도 있었기에 인류의 반성, 곧 독선이나 아집 등에의 참회 물결이 일어나기도 했으리라고 본다.

이런 가운데 나는 한국 역사 속의 인물로 고려(高麗)시절의 ‘만적’을 즐겨 꼽는다. 다 알다시피 그는 문맹의 노예 신분이었다.
왜 나는 노예반란에 실패한 그를 평가하는가. 무엇보다 그의 혁명 구호가 썩 마음에 든다.

"왕후장상(王侯將相)에 씨가 따로 있느냐. 왜 우리는 자자손손 억압받고 살아가야 하는가."누천년 이래 한국인으로선 거의 처음으로 사실상 그가 인간의 평등을 부르짖고 봉기한 걸로 나는 간주한다.

‘만적’ 이후 우리들의 역사는 그 ‘평등’의 실현을 위하여 굽이굽이 진퇴를 거듭해 오긴 했지만, 어쨌거나 오늘에 이르러 아주 만족스럽진 않다고 해도 사람들 사이 ‘삶’의 수준 간극이 꽤 많이 좁혀진 게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 내가 기막혀 하는 건 새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도 수삼년이 흐른 오늘의 우리네 세상이 희한하게도 ‘역사’ 속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너무 서론이 요란했는지 모르지만, 난 그만큼 이른바 서울대 입학률의 세습화란 신문 타이틀에 충격받았음을 고백해 둔다.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비율이 다른 계층의 17배요, 고학력 부모를 둔 자녀의 그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세갑절 가까이 높았다는 서울대학측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지금의 한국사회가 ‘만적’ 시절보다 뭐 그렇게 더 나을 것이 있다고 역사 속에 기록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지금 서울대학이란 학교를 무슨 높은 가치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건 아니다.

어찌보면 ‘서울대’에 목 매다는 세태 자체가 오늘의 세계에서 후진적이기 짝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이 학교가 그 옛날 왕조사회의 ‘성균관’ 같은 것처럼 되어 신분세습의 도구화하고 있는 폐풍만은 하루라도 더 빨리 발본되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일컬어 ‘평준화’교육 시스템에 관한 반성의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온통 여기에만 책임을 돌리는, 이를테면 이념논쟁 같은 것에만 매달려선 문제의 해결은 커녕 또 다른 사회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겉치레’에 눈 먼 사회

‘서울대 타령’은 이쯤 해 두고, 죽은 카뮈가 무덤에서 살아나와 오늘의 서울 거리를 방문하게 된다면, 아마 그는 곧 ‘구토’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가령 정치권의 진흙밭 싸움이나 사기․ 살인사건 따위들엔 그는 눈길도 주지 않을것이다. ‘자신의 시대’에도 익히 보아왔던 것일 터이니까….

내가 생각하기로, 그는 ‘겉치레’에 광분(?)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구역질을 하게 될 것이란 얘기이다. 안방의 갑남도, 뒷방의 을녀도 온통 ‘얼짱’이니 ‘몸짱’이니 해가며 외모 꾸미기에 여념들이 없다. 여자 강도의 얼굴이 예쁘다고 그 ‘팬 카페’가 다 생겼다니, 이쯤되면 카뮈가 ‘이상한 나라에서의 구토’쯤으로 새 소설을 쓸 만도 하지 않은가. 아무려면 세상이 이렇게 흘러 가선 안 될 듯 싶다.

‘씨알의 소리’란 브랜드가 지금도 기억에 새롭지만, 사상가 함석헌(咸錫憲)선생은 '깨어있는 민족이라야 산다'고 절규한 바 있다. 디지털 문화도 좋고, 무슨 21세기 신시대문명도 다 나쁠 것이 없겠지만, 인간정신이 이렇듯 표피화(表皮化)해서야 그걸 몽땅 뭣에 쓸 것인지 모르겠다. 영혼의 가수(假睡)상테에서 다들 깨어날 필요가 있다.
푸드투데이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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