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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하) 골목상권 위의 성공신화

LG그룹 등에 업고 ‘서민 밥그릇 뺏기’

종합식품기업 아워홈(회장 구자학, 대표이사 이승우)은 불과 10년 만에 단체급식은 물론, 식자재유통, 외식, 식품제조사업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했다. 아워홈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5년까지 성장률을 유지해 매출 2조원을 달성하고 식품산업 전 분야에서 업계를 리딩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의 지배구조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그룹 회장의 1남3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장남 본성씨가 40.00%(880만주), 막내딸인 아워홈 구지은 전무가 20.01%(440만2200주), 장녀 미현씨가 20.00%(440만주), 차녀 명진씨가 19.99%(439만7800주)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분구조상 LG 계열사는 아니지만 사실상 범LG가의 대기업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워홈이 2000년 분사 당시 2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을 불과 10년 만에 1조2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동력은 끊임없는 영역 확장이었다.

문제는 아워홈이 넓혀온 사업 영역 대부분이 소상공인의 생계형 업종인 급식사업, 식자재유통, 식품사업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아워홈의 성공신화에 곱지 않은 시선이 가는 까닭이다.

◆ LG그룹 급식산업 진출…중소급식업체 줄도산
대기업의 위탁급식사업 참여에 물꼬를 튼 것은 아워홈이 1987년 자사 LG트윈타워 사원식당 사업에 진출한 것이 시초다. 이후 1992년 신세계백화점, 1994년 제일제당, 1995년 아라코 등이 잇달아 진출했다.

1998년 학교급식 전면 실시 당시 대기업들이 학교급식 시장 진출에 주춤하는 사이, 이 시장은 대부분 중소급식업체들이 잠식했다.
학교급식에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2000년대 초로 당시 학교급식 시장에 중소기업들이 시스템 없이 진출해 운영하다 보니 부실급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자본력과 시스템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한편 2000년에는 의약분업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들이 속출하면서 IMF시절 산업체들이 경영효율화를 위해 급식을 아웃소싱했던 것처럼 병원도 위탁급식을 실시했다. 이 시장에까지 대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결국 중소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식자재유통과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은 위탁급식시장을 잠식했고 현재까지 국내 급식시장은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풀무원 계열 ECMD, 한화호텔&리조트, 동원홈푸드, 아라코 등 9개사가 7조원 규모의 국내 급식시장의 67.5%를 점유, 대기업 과점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1천여 개에 달하는 중소급식업체들은 33%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워홈은 2011년 7500억원의 단체급식 매출을 올려 급식업체 1위에 올랐으며, 현재 전국에서 800여 급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 식자재전문 브랜드 ‘행복한맛남’…고추장·된장·간장도 군침
대체로 식자재 유통사업은 각종 신선식품을 비롯해 고추장, 된장 등 식료품 재료들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B2B라고 하지만 주로 각종 식당, 식품 프랜차이즈 등이 수요처이며, 각 지역의 식자재 유통업체나 유통 상인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아워홈은 2002년 식자재전문 브랜드 ‘행복한맛남’을 론칭시키고 기존 단체급식 유통망을 활용해 중소형 식당 등 외식업체에 직접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다.

워홈은 자사 및 계열사 제품을 직접 유통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식자재 유통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B2C 분야에 한정됐던 식품사업을 B2B로 확대할 수 있고, 대량 식자재를 유통해온 급식사업은 유통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문제는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대상베스트코 같은 대기업이 식자재시장을 잠식해가는 과정에 영세 식자재 유통사업자들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영세 식당에 식자재를 배달하거나 작은 점포에서 판매하며 생계를 꾸려온 영세 상인들이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력을 당해낼 리 없다.

현재 20조원 규모의 B2B 식자재유통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로 추산된다. 하지만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아워홈 같은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 식품사업 ‘손수’…철수한다던 순대·청국장, 가공식품으로 환생
지난해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기업들이 소상공인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문제는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당시 지목된 대표적 사례가 아워홈의 순대·청국장 소매사업과 대명그룹의 떡볶이 레스토랑 사업이었다.

재벌기업들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아워홈은 다음날 곧바로 “그 동안 투자해온 최신 설비 및 영업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상생 협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취지에 따라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며 순대·청국장 소비자 판매사업에서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워홈은 종합식품브랜드 '손수'를 통해 ‘순대볶음’과 ‘청국장찌개’를 출시해 꼼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골목시장 철수를 당당히 선언한 아워홈이 순대와 청국장에 양념을 살짝 가미한 순대볶음과 청국장찌개 PB상품을 홈플러스에 납품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대형마트 PB(private brand products)상품의 본래 취지가 중소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상생고리를 만들자는 취지였던 만큼 당시 아워홈의 꼼수 논란은 또 한번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현재 ‘손수’ 브랜드는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즉석조리식품, 냉동식품, 떡, 묵, 란, 어묵, 면, 장, 조미김, 김치 등 700여 종류에 달하는 다양한 식품을 시중에 판매하고 있으며, ‘손수’ 제품의 온라인쇼핑몰 '손수몰(sonsoomall)'을 운영하고 있다.

◆ 고급 레스토랑 외식사업…중소기업 적합업종 도시락 시장까지 넘봐
아워홈은 사보텐을 필두로 싱카이, 키사라, 손수헌, 뭄바, 밥이답이다, 오리옥스, 버거헌터, 야끼스타 등 한식, 중식, 일식, 동남아식, 서양식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고품격 레스토랑을 지속적으로 오픈하며, 외식사업을 확장시켜 왔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 도시락 전문매장을 선보이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에 포함돼 있는 2조원 대 도시락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업종 침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아워홈은 한식 패스트푸드 브랜드 ‘밥이답이다’와 정통 돈카스 브랜드 ‘사보텐’의 도시락 전문매장을 오픈했다. 이들 매장은 도시락 메뉴 외에도 다양한 음료와 샐러드 등을 테이크아웃용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제품군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에 한해 배달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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