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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식자재시장 경제민주화 무시

외식업중앙회, 골목상권 상생 외면·이익에만 눈독

‘청정원’으로 알려진 대상그룹이 최근 들어 대표적 중소영세업인 식자재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어 골목시장과 전통시장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외식업중앙회가 저렴한 식자재 구입을 명목으로 같은 중소영세상인들의 골목상권은 철저히 외면한 채 대기업 편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는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 외식업중앙회, 골목상권 외면·자기이익만 눈독
대상은 주로 저가·물량공세로 중소 식자재납품 상인들의 시장을 빼앗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지난 5월 부산외식업중앙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9월부터 중앙회에 가입된 식당 1만여 곳에 가공·신선식품 등을 최고 40% 싼 값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회원카드를 만들 경우 구매 금액의 2%를 적립해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0월에는 ‘외식업 회원들을 위한 파격가 행사’라는 저가 마케팅으로 중소 식자재납품 상인들의 거래처를 빼앗았다. 이 행사로 부산지역의 많은 식당들이 중소 식자재납품 상인들과 거래를 끊거나 구입량을 줄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인해 일부 식자재업체들의 매출이 반토막이 나는 등 영세상인들의 시장이 초토화됐다.

이 과정에서 외식업중앙회가 저렴한 식자재 구입을 명목으로 같은 중소영세상인들의 골목상권은 철저히 외면한 채 대기업 편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관계자는 “대상베스트코가 저가공세와 거래처 뺏기에 혈안이 되면서 상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며 “심지어 외식업중앙회를 부추켜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 하고 있다”면서 힘없는 영세상인들을 짓밟고 자신만 살겠다는 대상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 대상, 식자재시장 무차별 침해
대상의 무차별 골목상권 침해는 부산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지난 1월부터 전주와 익산에서 식자재업체를 흡수합병해 거점을 확보하고 소매업에 진출하려 했다가 300여개 익산지역 회원업체의 반대에 직면하자, 전주와 익산 근접거리에 있는 김제에 확장이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전북공동식자재연합회 김제지부 박수현 지부장은 “중소기업청도 확장해 영업할 수 없도록 사업 일시정지를 내렸고 11월 30일에 자율조정을 위해 중기청에서 만나기로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김제로 이전해 영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상베스트코가 김제에서 식자재 소매업을 시작한다면 우리 자영업자는 대기업과의 소매 경쟁에서 밀려 수만 명의 가족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상베스트코는 또 지난 1월 2일 중소 식자재납품 상인들이 밀집한 청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앞 봉명동에 업계 최대 대목인 설날을 노려 입점을 추진해, 인근 상인들이 입점철회 촉구집회를 여는 등 크게 반발했다.

대상베스트코는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천막을 치고 공사하고 한밤중에 매장을 정비하고 새벽에 간판을 달아 새해연휴에 기습적으로 오픈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대상베스트코는 중소기업청의 사업 일시정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청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편익상가 입찰 참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 상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농어민과 소비자의 상생발전을 기반으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을 위해 설치된 공유재산이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재벌 대기업이 어떠한 형태로든 입찰에 참여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 대상, 식자재시장 철수 바람직·외식업중앙회 상생 노력 필요
대상베스트코는 그룹 계열사인 대상이 지분 7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임세령 대상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임상민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이 각각 10%를 갖고 있다.

대상그룹은 일감을 몰아 주어 대상베스트코 매출의 40%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지난해 매출 82억원 가운데 31억원을 종속회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는데, 종속회사는 중부식자재, 대한식자재유통, 신다물유통, 우덕식품, 청정식품, 싼타종합유통, 한미종합식품, 배추벌레, 만세종합유통, 한려종합식품 등이다.

대상베스트코는 ‘대기업’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전국 20여 곳에 식자재 납품매장을 내고 있는데, 1~2인 규모의 중소 식자재업체를 마구잡이로 인수하면서 기존 식자재마트에 비해 최고 40%나 저렴한 가격과 막강한 유통망으로 중소 식자재납품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식자재납품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골목 식자재 시장의 붕괴는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식자재유통전문가들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대상은 식자재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대상은 그대로 도매업 사업을 하고, 중소 식자재업체들은 소매업을 하면서,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식자재 소비자들이 상생의 노력을 기울일 때 식자재시장에도 진정한 경제민주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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