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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 시장, 경제민주화 요원

LG아워홈·삼성에버랜드·현대그린푸드, 시장독점

대기업 67% 장악...롯데삼강 급식사업 확장
중소기업 입찰 확대 위해 참여조건·평가기준 동일화 해야

급식시장에서 대기업 급식업체들이 관공서, 산업체, 학교 등 다양한 사업장에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면서 중소 급식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하고 있어,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동반성장’ 목소리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급식업체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286개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운영에 대기업 계열사를 배제한다는 급식사업 제한조치 관련 공문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에 전달했다. 

정부는 회사 자산규모 5조원 이상, 친족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중견기업을 기준으로 경쟁입찰을 제한한다며 LG 계열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등 5곳을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하고, 풀무원 계열 ECMD, 한화호텔&리조트, 동원홈푸드 등은 중견기업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정부의 관련법 제정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게 대기업들의 급식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더욱 극심해지고 공공기관 단체급식 시장에서는 준대기업 형태의 중견기업과 대형 외국계 기업이 수혜를 독식하고 있어 정작 중소기업들은 외면받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롯데삼강 급식사업 확장
최근 22조원 규모로 불어난 급식·식자재 유통시장 중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6000억원.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현대그린푸드 등 상위 9개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67.5%로 3조10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500억원의 단체급식 매출을 올려 급식업체 1위에 오른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 분사 당시 2000억원에 불과하던 연매출이 지난해 1조236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매년 10∼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15년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위 삼성에버랜드의 연매출은 지난해 2조7000억원이었으며 급식 및 식자재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푸드컬처사업부는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이 중 단체급식 매출은 7000억원에 이른다. 

3위 현대그린푸드의 지난해 단체급식 매출은 6000억원. 2013년에도 식자재 유통 부문에서 45%의 매출 성장이 기대되며 전체 매출도 1조3769억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단체급식에서 2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4위 신세계푸드도 현재 식자재 유통 부문 규모가 4조5000억원인 이마트에서 장기적으로 30% 수준까지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 단순 산식으로 이마트에서만 1조35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7위 CJ프레시웨이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60% 증가한 1조5115억원으로 1조클럽에 가입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17%, 66% 급증한 230억원과 6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 부문에서는 아워홈을 앞지르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단체급식 매출은 13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해 매출 9469억원인 롯데삼강도 올들어 단체급식 시장에 진출했고 이를 위해 식자재 유통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삼강의 단체급식 진출의 시발점은 롯데그룹 계열사로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롯데그룹사의 단체급식을 롯데삼강이 도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삼강은 이미 올초 아워홈이 운영하던 롯데햄 청주와 김천 공장, 그리고 롯데제과 서울 영등포 공장의 급식장을 접수했다. 또 CJ프레시웨이가 담당하던 서울 양평동 본사 직원 식당과 롯데제과 평택, 신탄진 공장 내 급식장도 직접 운영한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단체급식 규모는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삼강은 단체급식과 식자재 사업에서 2018년까지 매출액을 3000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들 대기업 급식업체들은 처음에는 자사 사업장의 급식시설을 운영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사업영역을 확대, 공공기관과 사기업 사업장의 급식장 운영권까지 수주해 운영하고 있다.
중견기업 탈을 쓴 대기업 등쌀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공공기관 위탁급식 입찰참여 제한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급식시장 진출 기회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실제 중소기업의 수주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법 제정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게 공공기관 위탁급식 시장 속 최대 수혜는 준대기업 형태의 중견기업이거나 대형 외국계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풀무원 계열 ECMD(단체급식 매출 5위), 한화호텔&리조트(단체급식 매출 6위), 동원홈푸드(단체급식 매출 8위)와 세계 3대 급식업체 아라마크의 한국법인인 구(舊) 대우 계열 아라코(단체급식 매출 9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위탁급식 입찰에서 업체의 재무상태, 운영능력을 평가해 일정점수 이상의 업체에 한해 입찰 참가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참여가 불가능하거나, 설령 참여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수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정책이 공표된 이후, 대기업이 운영하던 공공기관 급식사업장 74곳은 55곳으로 10.5% 축소됐으나, 대기업이 전담했던 공공기관 25곳이 외국계 기업을 포함해 준대기업 형태의 중견업체 등으로 변경되는 등 새로 선정된 식당 사업권의 대부분은 중견기업 및 외국계 기업이 독식하며 급식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아직까지 실질적인 중소기업들의 축소된 입지 회복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월 진행된 한국전력 구내식당 입찰만 해도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참여를 배제하고 중견·중소기업만 입찰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급식시장 1위 아워홈도 자산 규모가 5000억원대라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했고, 결국 입찰 자격은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동원홈푸드가 사업권을 가져갔다.  

또한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구내식당 입찰 역시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참여를 배제했지만 동원홈푸드와 아라코 두 곳만 입찰 경쟁에 나서 결국 아라코가 사업권을 따냈다. 

반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한국전력과 달리, 2천명이 넘는 직원들의 식사를 중소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명분하에 구내식당 입찰에서 중소기업을 전면 배제하고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만 입찰을 허용했고, 결국 동원홈푸드가 KIST 사업권을 맡았다.

중소기업 입찰 확대 위해 참여조건·평가기준 동일화 해야
정부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참여 배제와 같은 정책은 숨겨진 단체급식 전문 중소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많은 중소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미비하다.

문제는 위탁급식업체 평가에 있어 매출액 크기를 평가기준으로 선정할 경우, ECMD, 한화호텔&리조트, 동원홈푸드, 아라코 등과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속하지 않으나 대기업의 형태를 띄고 있는 준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중소기업의 경쟁성을 저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 중견기업들은 신규 수주에 가장 많이 성공하면서 당초 정부의 취지와는 다르게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메꾸고 있는 상황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 뿐만 아니라 자산 100억원 이상 등의 수준으로 해당조건을 보다 강화해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 입찰에 중소기업이 참여할 경우, 매출액, 운영경험 및 운영능력 가능 여부만을 고려토록 하는 기준으로 의무화함으로써 단체급식 전문 중소기업들의 입찰 경쟁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로 요구되고 있다.

중소 급식업체들은 대안으로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을 담당하고 단체급식 전문 중소기업은 급식소 운영을 담당하는 형태의 상생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또 1000식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그동안 쌓아온 단체급식 전문운영 노하우를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망을 확대하고자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중소 급식업체들의 현장 목소리에 정부는 다시 한 번 ‘경제민주화’의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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