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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전도사' 정운천의 한식콘서트(1)

"건강하려면 시골밥상에 주목하라!"

건강은 인간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기본이다. 건강이 유지되어야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은 어디서 오는가?

 

첫 번째는 섭식에서 오고 그 다음은 운동에서 온다. 일단 음식은 선별해서 잘 먹어야 하는데 잘 먹는다는 것은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게 아니다.

 

음식은 자신의 유전적·환경적 배경, 즉 건강상태를 고려해 먹어야 한다. 가급적 가공이 덜 되고 정제가 덜된 거친 음식들을 규칙적으로 골고루 알맞은 양을 먹고, 운동을 적절히 하면 최상의 심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과거 전통적 먹거리를 먹었을 때에는 비만 같은 ‘생활 습관병(lifestyle disease)’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1970년대에는 당뇨병 유병률이 전체 국민의 1% 미만이었다. 하지만 2007년에는 30세 이상 성인에서 당뇨병 유병률이 전 국민의 9.5%였고 매년 전체 환자의 10%에 달하는 신규환자가 추가 발생하고 있다.

 

급격한 비만인구 증가는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심혈관질환 등 각종 생활 습관병의 증가를 불렀다.

 

이 같은 생활 습관병은 일반적으로 서양식 식생활, 운동 부족, 스트레스 증가, 흡연, 과음 등 평소의 좋지 않은 생활습관들이 단독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시킨다. 일부에서는 생활 습관병을 풍요의 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제가 풍요해지면서 질병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가 풍요해지면 교통이 발달해 신체활동이 줄고, 식품 가공기술도 발달하기 마련이다. 인간의 식생활도 산업화를 거치면서 먹거리를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소비자는 손쉽게 먹거리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식품의 과잉 공급과 섭취로 인한 문제, 즉 고지방과 고열량 먹거리에 쉽게 노출되어 영양적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국민건강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쌀 소비량은 크게 줄어든 반면, 가공·정제된 식품 섭취가 크게 늘었다. 특히 식이섬유, 비타민 및 무기질 섭취는 크게 줄어들고 동물성식품 섭취는 급격히 증가하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출산율이 크게 떨어져 사회적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불임률은 저출산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남성요인에 의한 불임(약 50%)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보고와 더불어 환경호르몬에 의한 정자 수 및 정자 활동성 감소, 기형정자 발생률 증가, 정소 및 전립선 질환 등 생식기계 이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불임률 증가 원인은 먹거리의 변화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의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쉽고 빠르게 식사할 수 있는 가공식품 및 패스트푸드 증가, 기호도 위주의 특정음식에 편향적인 섭취는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결국 만성질환 발생 증가, 남성의 생식기능 저하 등과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선조들이 전통적 음식 위주로 섭취하였을 때에는 건강상의 별로 문제가 없었던 점에 착안해 새롭게 한식을 발견하고 과학적으로 재조명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였다.

 

필자는 농식품부 장관 재임 시절인 2008년 전북대학교병원 기능성식품임상시험지원센터와 함께 도시와 농촌에 거주하는 40~50대 성인남성의 식생활 환경과 정자 운동성과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40~50대 남성의 정자 운동성은 농촌 남성이 훨씬 건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40~50대 농촌 남성들은 20대 도시 남성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정자가 왕성한 활동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였다.

 

농촌에 거주하는 40~50대 남성들은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들의 식사패턴은 밥을 주식으로 하면서, 텃밭에서 나는 다양한 채소류를 이용한 김치류와 나물 등 식물성 반찬과 채소류를 이용한 된장국 등 식물성식품으로 이뤄진 소박한 시골밥상, 즉 한국 전통식 식사를 하고 있었다.

 

농촌에 거주하는 40~50대 남성들의 주 3회 이상 가공식품 및 인스턴트식품 섭취비율은 40~50대 도시 남성의 42%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40~50대 농촌 남성들의 전통적인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생식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뜻이다.

 

에릭 부르너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의대 박사팀의 연구에서도 식생활이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르너 박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55세 안팎의 성인 가운데 채소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 비해 튀긴음식, 가공육제품, 당분이 많이 포함된 후식, 고지방 유제품 등을 자주 먹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8% 높았다.

 

이렇듯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식생활 관리와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식생활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은 이른바 ‘슬로우 푸드’로 전환을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유기농과 자연식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두터워지고 정크푸드 및 인스턴트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생업과 학업을 위해서 시간에 좇겨 간편식과 편의식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식생활에 대한 사회시스템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이상 개인차원에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뜻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전통 먹거리는 선조들의 우수한 식생활에서 축적된 문화와 기술을 통해서 이어져왔고, 현재와 미래에 우리 건강을 지켜 줄 수 있는 건강식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우리 전통 한식이 세계무대에서 지속적 경쟁우위를 보일 수 있도록 우리만의 강력한 힘을 만들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한식이 음식의 차원을 넘어선 농촌을 살리는 대한민국의 미래 신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맛있게 먹으면서 건강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한식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의 축적과 옛것의 소중함, 새로운 것의 조화를 통해 한식을 발전시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식이 세계인을 살리는 건강식 되고, 건강식을 넘어 인류의 생활 습관병을 치료하는 최고의 치료식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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