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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드라마로 보는 식생활의 변화](9)전원일기-꼬리곰탕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편집자 주> 각박한 일상에 지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90년대 드라마가 여러 채널에서 부활하고 있다. 그 중 '전원일기'는 매니아층이 생길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송된 전원일기는 농촌사회의 이면과 가족애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각광받았다. '양촌리'라는 동네에서 손꼽히는 대가족으로 꼽히는 김회장의 가족을 주축으로 이웃 간의 일상을 이야기 하는 이 드라마는 유독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23년이라는 세월을 담은 이 드라마를 보면 우리의 식생활도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Episode
김 회장의 막내딸 영애는 아이를 낳고 젖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영애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막내딸 걱정에 간호를 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소를 키우는 촌살림에 단백질을 섭취하긴 힘든 상황, 영애는 남편이 사온 자반 고등어의 비린 맛이 싫다고 먹지를 못하고 걱정이 된 어머니는 큰아들이 첫 월급으로 사준 금반지를 팔아 겨우 소 꼬리를 구입했다.

기쁜마음으로 소 꼬리를 사온 어머니는 아픈 딸에게 먹일 생각으로 꼬리곰탕을 끓인다. 입맛이 없다던 영애는 꼬리곰탕 반상을 받고 그릇째 들이키며 입에 맞는다고 좋아한다.

꼬리곰탕으로 입맛을 되찾은 딸이 다행스러운 어머니는 아껴두고 딸만 먹이려고 하지만 사돈댁과 사위가 들이닥쳐 마음대로 곰탕을 몇 그릇씩 퍼 먹자 황당하고 허무해한다.

사돈이 돌아가고 사위도 농장으로 출근한 그날 밤, 영애는 오늘 먹은 꼬리곰탕이 어머니의 손에서 사라진 금반지였다는 것을 알아채고 흐느껴 운다.

막내딸을 보양시키기 위해 큰아들이 사준 금반지를 처분했지만 정작 영애를 먹일 꼬리곰탕이 줄자 들자 허탈해진 어머니는 "두 모자께서 어찌나 먹성이 좋으신지..."를 혼잣말로 읊조린다.

 

자식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큼 아깝지 않은 것이 있을까? 재산과도 같았던 소의 잡뼈와 부속물을 넣고 끓인 꼬리곰탕은 농촌에서는 냄새만 맡아도 힘이 나는 보양식이었다. '전원일기'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소의 잡뼈는 첫 번째는 물을 조금 잡아 진국을 내고 겨울 내내 물을 부어서 재탕을 거듭하며 알뜰하게 끓여먹었다.

곰탕은 흔히 사골,곰국,설렁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지는데 곰탕은 '곰'은 육류와 어류를 오랜시간 삶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푹 고았다"라는 말의 '고았다'는 '고음'이 어원인데, '고음'은 기름졌다는 뜻으로 국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곰국, 탕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곰탕이 된다는 설이 있다.

 

곰탕은 단백질과 콜라겐, 칼슘 등이 함유돼있어 뼈건강과 스테미너에 좋은 식품이다. 성장기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에게 특히 좋다. 곰탕은 각각의 부위마다 달라지는 미묘한 맛의 특징때문에 소의 여러 부위의 고기를 한데 모아서 끓일수록 맛이 있다.

꼬리곰탕은 꼬리 부위의 젤라틴 성분의 함량이 높고 꼬리의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소꼬리의 고기를 진하게 푹 고아서 끓인 국물은 영양성분이 국물에 우러나 훌륭한 영양식일뿐만 아니라 노화방지와 피로회복, 빈혈예방에도 좋은 음식이다.

 

사골곰탕 주된 재료인 사골은 적당히 끓여 낼 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상처회복에 도움이 되고 임산부에게 보양식으로 좋을 만큼 영양보충에 효과적이다.

소의 발 부위인 우족과 함께 끓여낸 우족곰탕도 꼬리곰탕과 비슷한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철분과 칼슘, 마그네슘 등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내리사랑이라지만 가장 예쁜 존재는 내 자식이 낳은 내 손자가 아니라 내가 낳은 내 자식이 아니던가.  창피함을 무릅쓰고 한 돈도 되지 않을 금반지를 팔고 돌아오는 길,  가진 돈을 모두 쏟아 산 소꼬리 하나,

내 새끼를 먹이기 위해 원하는 뽀얀 국물을 내기 위해선 열댓 시간이 걸렸다. 파 송송 썰어 고명으로 올리고 소금과 후추 한 꼬집 넣어 밥 한가득 말아먹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어머니는 배가 부르다.

 

그렇게 공들여 끓인 곰탕을 타의로 뺏긴 어미의 심정을 어땠을까. 오죽하면 그날 따라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고독한 이부자리에서도 "두 모자께서 어찌나 먹성이 좋으신지..."원망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