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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언박싱34]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사랑한 레스토랑 '라칸티나'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편집자 주>푸드투데이가 새로 나온 음식이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 후기를 리뷰합니다. 맛이 궁금한데 모험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거나 해박한 지식은 아니더라도 솔직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cho.9114로 디엠을 보내주세요. 술,고기,와인,스시야,미슐렝레스토랑,노포,신상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찾아갑니다. 진중함과 깊이는 없지만 월급을 오롯이 먹는데 탕진하는 기자가 '내돈내산' 후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태평로 삼성전자 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 라칸티나는 서울시에서 지정한 미래유산이자 최근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뭔가 중세시대의 느낌이 물씬나는 입구를 지나 들어간 식당 안은 앤틱하고 클래식한 분위기예요.

라칸티나는 1967년도에 문을 오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해요. 청와대와 서울시청 인근이라는 특성상 오픈초기부터 정재계 인사들이 자주 방문했고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즐겨찾던 곳으로 이병철 회장이 즐겨 먹던 '삼성코스'도 있어요.

 

업장에서 서빙을 하시는 서버도 지배인도 모두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이었고 식사하는 손님들도 연령대가 높아 업장의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메뉴에는 없지만 서버분에게 문의를 드리면 곧 준비해주신답니다. 삼성코스는 '양파수프-파스타-샐러드-스테이크-과일-차'로 구성됐어요. 에피타이저로 추가한 마늘빵은 은은한 마늘향에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어요.

 

양파수프인 '주파 디 치폴레'는 치즈 토스트를 띄워 약간 짭짤한 맛이 나는 따뜻한 국처럼 느껴졌어요. 흔히 먹는 걸죽한 스프가 아니라는 점이 신기하더군요. 제품이 아니라 직접 담근 피클은 아삭하고 적당히 새콤달콤했고요.

콜키지를 지불하고 함께한 화이트 와인, '제니오 에스파뇰' 장미꽃잎이 흩날리는 레이블도 너무 예쁜 이 와인은 적절한 산도와 복숭아향이 매력적이랍니다. 청담동의 한 와인바에서 디저트와 페어링이 좋아서 수소문 끝에 와인샵에서 구매했어요. 푸르티한 과일향과 산뜻함 풍미가 식욕을 돋아주고 화이트와인답게 해산물이 들어간 봉골레 파스타와 곁들임도 좋네요.

파스타 메뉴인 '딸리아뗄레 콘 레 코째'는 신선한 홍합과 와인에 양념한 토마토 소스의 맛이 인상적이었어요. 가격대가 높아도 제품 토마토 페이스트나 토마토 홀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많은데 이 곳은 직접 생토마토의 신선함과 상큼함이 느껴졌답니다. 해산물이 첨가됐다는 초록색의 면과도 잘어울렸습니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허영만 화백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봉골레 파스타'. 삼성맨들의 해장파스타로 인기가 높다고 들었는데 백합조개와 올리브유가 어우러진 흥건한 국물이 파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깊은 맛이 느껴졌어요.

샐러드도 건성으로 내주지 않습니다. 서버가 친절하게 오리엔탈과 이탈리안 소스를 가져오신 후 자리에서 선택하면 직접 뿌려줍니다.

스테이크도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 메뉴였어요. 얇은 두께에 한국적인 가니쉬는 좋았지만 고기의 부위가 스테이크 메뉴를 내놓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니쉬가 푸짐할 필요가 없는데 굳이 제품 웻지감자가 자리를 차지한 것도 조금 의문스러웠습니다.

고기에는 와인이 빠질 수 없죠? 하우스 와인을 잔으로 주문했는데 바디감도 적당하고 메뉴들과 페어링이 상당히 괜찮았어요.

 

스테이크는 좀 아쉬웠지만 원숙미가 느껴지는 지배인님과 서버분들의 매너, 그리고 많은 메뉴를 보유하고 있지만 허투로 내놓지 않는 다는 점이 괜찮은 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는 것과 한국에서 50년이 넘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것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