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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열풍에 반격나선 육가공업계...미래식량 주도권 싸움 승자는

영국 비건열풍 주도...국내 채소+경제 '베지노믹스' 신조어 등장
롯데푸드.동원F&B.야쿠르트 등 식품업체 비건제품 잇따라 출시
비건식품 규제 움직임...고기.치즈.우유 등 제품명 사용 못하도록
축산업계 "비건시장 한계 있어, 축산업 긍정적 이미지 확산 나서"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최근 국내에서도 비건(Vegan)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식품업계가 비건식품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비건 열풍은 단순히 채식을 한다는 의미를 넘어 건강과 동물,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환경 분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비건은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먹거리는 물론 동물에게서 원료를 얻은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비건 열풍은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데 영국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간한 ‘세계경제대전망 2019’에서 올해는 ‘비건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건 열풍은 영국에서 빠르게 끓고 있다. 2000년대 광우병 발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육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건 식품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영국의 채식인구는 성인인구의 약 2.6%, 137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내는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전체 인구의 약 2% 대략 100만~1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도 비건처럼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플레시테리안처럼 채식 선호가 증가하는 추세로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친 베지노믹스(채식경제, Vegenomics)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같은 트렌드에 따라 국내 식음료 업계는 채식시장을 주시, 관련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최근 롯데푸드는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출시하며 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식물성 대체육류는 채소, 콩, 견과류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와 가까운 맛과 식감을 구현한 식품이다. 

롯데푸드가 출시한 제품은 '엔네이처 제로미트 너겟'과 '엔네이처 제로미트 까스' 2종으로 밀 단백질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통밀에서 단백질만을 추출해 고기의 근 섬유를 재현하고 닭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 까스류 제품으로는 국내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추후 스테이크, 햄, 소시지 등으로 식물성 대체육류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동원F&B는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의 식물성 고기 생산업체인 비욘드미트와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지난 3월 국내에 '비욘드버거’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1만 개 판매 실적을 거뒀다. 현재 동원그룹 계열인 동원몰, 더반찬, 금천미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4월 중에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한 음료도 등장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곡물음료 '그레인 레시피' 2종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다. 귀리, 렌틸콩, 이집트콩, 카무트 4가지 슈퍼곡물이 들어있는 제품으로 '그레인 레시피 씨드허그'와 '그레인 레시피 베리윙크' 2종으로 구성됐으며 그레인 레시피 씨드허그는 4가지 슈퍼곡물 외에 아마씨드, 치아씨드, 햄프씨드가 들어있다. 그레인 레시피 베리윙크는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아사이베리 등 7종의 베리가 함유돼있다.

CJ제일제당 역시 자체 식품연구소를 통해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에 착수 중이다. 지난 2017년에는 Non-GMO 대두 구매역량과 식물성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을 생산하는 셀렉타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비건산업 한 관계자는 "해외에는 이미 비건산업이 많이 활성화 돼 있고 박람회도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는 채식인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 조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도 비건식품을 제조하는 소규모 업체들은 많지만 품목이 다양하지 않아 농가에서 직접 구매해 드시는 분도 있고 비건을 하기 어려웠던 상황인 분도 많았다"며 "최근에는 롯데 등 대기업들도 비건시장에 들어오면서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미국 비건식품 규제 움직임... '고기.치즈.우유' 등 단어 제품명 사용 금지
국내 축산업계 "비건시장 한계 있어, 축산업 긍정적 이미지 확산 나서"

하지만 이같은 비건 열풍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비건식품 규제에 나서고 있다. 비건식품 제조업체를 타깃으로 '고기', '치즈', '우유' 등의 단어를 제품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 아리조나와 알칸사스주의 로비스트들은 의원들에게 '식물 유래 고기' 표시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제출하도록 촉구했고 유사한 법안이 12개 이상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캐나다 벤쿠버 소재 식물성 치즈 전문점 Blue Heron Creamery는 캐나다 식품검사청(CFIA)으로부터 '치즈'라는 단어를 사용해 제품에 라벨을 붙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Blue Heron Creamery는 CFIA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같은 사실이 SNS 상 이슈로 대두되면서 CFIA는 '유제품이 없는 100% 식물성 치즈'라는 단어를 사용해 라벨을 부착할 수 있다고 재통보했다.

국내 축산업계도 비건 열풍이 그리 반갑지 만은 않다. 축산업계는 국내 비건식품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전부터 채식주의자들이 계속 얘기했던 부분이 있고 그게 정의가 되서 관련 협회가 만들어진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육류 소비 시장이 그쪽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 "가격적인 부분도 그렇고 국민들의 입맛이 육류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산업계 관계자 역시 "(채식주의)계속 부딪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축산쪽에서도 축산물 바로알기 등 홍보활동을 통해 축산물이 신체의 영양학적 가치 이외에도 축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 확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