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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림 칼럼> ‘단짠’이 대세인 시대, 나트륨 저감화 정책은?

문정림 제 19대 국회의원, 전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최근 보건복지부의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발표 시 “폭식의 진단기준 마련과 폭식조장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란 표현이 ‘먹방 규제’ 논란을 불러 온 바 있다.

먹방 규제 논란을 불러 온 정부의 상기 발표에 대해 필자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지만, 폭식 방지로 비만을 예방하는 것과는 별개로, 건강한 식생활에 있어서는 먹는 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식생활의 내용일 것이다. 

요즘 미디어를 통해서 본 국민 식생활에 있어 미각은 ‘단짠’이 대세인 것으로 보인다. 맛집 탐방이든, 요리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든 패널이나 진행자 등에게서 “역시 단짠이 최고야”라는 말을 쉽게 듣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조차 세뇌라도 된 것처럼 어느 새 음식을 먹으면 ‘단짠’의 기준에서 맛이 있다 없다를 평가하게 되거나, 요리를 할 때도 ‘단짠’을 생각하며, 양념이나 소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단짠의 미학이 대세인 시대에 단짠을 강조하다 보면, 음식과 건강을 생각하는 이성은 어느새, 5감의 하나인 미각에 마비되고 만다.

따라서 ‘단짠’이 대세인 시대에 미각과 별개로, 국민 건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짠 맛’을 기준으로 나트륨 저감화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민에게 체감되고 있는지 살펴 보았으면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 2000mg미만이나, 한국 성인은 2배 이상의 섭취량을 보여 왔다.

원인은 우리 국민의 식습관에 기인한다. 한식이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찌개, 김치류, 장아찌, 젓갈 등 전통음식과 라면 등 가공식품이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패스트푸드, 빵 종류에도 다량의 나트륨이 첨가 돼 있어 우리나라 나트륨 섭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트륨 적게 넣고, 적게 먹자!’라는 표어 하에 ‘나트륨 저감화’ 운동에 수년간 힘써 왔고, 일부 업체들도 나트륨 줄이기에 동참해 왔다.

필자 역시 19대 국회에서 나트륨 저감화를 통한 국민 건강 정책이 시행되도록 법안과 예산 마련, 정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한 바 있다.

법안으로서는 식품군별 나트륨 함량 평균 기준치를 정하고 제품마다 그 기준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상대적으로 비교해 표시하도록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켜, 나트륨 함량을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식품을 선택하도록 한 바 있다. 즉, 기준치의 120%가 함유된 제품이라면 해당 식품군 평균보다 20% 짠 제품, 80% 함유됐다면 20% 덜 짠 제품이 되는 셈이다. 

또한 필자는 식약처의 나트륨 저감화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소비자와 업계가 나트륨저감화운동과 함께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직장 등에서의 나트륨저감화식단 마련, 그리고 식품업계에서의 나트륨저감화 가공식품 만들기에 도움을 주도록 했다. 이의 일환으로 국회방송을 통한 나트륨저감화운동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도 했고, 국회식당에서 나트륨 저감화 식단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안을 하여 실천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19대 국회에서 필자는 ‘나트륨 저감화운동본부’의 활동을 지켜보고 협력하며, 국회방송을 통해 나트륨저감화운동의 실천을 접할 수 있었고, 국회식당에서 나트륨저감식단으로 식사하고 식단에서 나트륨 함량 표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직접 체감한 나트륨 저감화운동이 국민에게도 상당히 체감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국회를 나오고 ‘단짠’이 대세인 시대에 “나트륨 저감화운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정부와 국회가 아무리 입법과 예산과 정책을 통해 국민 식생활을 개선하려 해도, 국민이 공감하고 체감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단짠의 미학‘에서 벗어나 ’단짠과 건강‘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되어, 짜지 않게 먹는 건강한 식습관이 국민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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