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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한 먹는물의 안정적 공급은 소비자 기본권

문은숙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먹는물은 소비자의 기본권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권리’는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소비자의 기본권리이다. 유엔은 2010년 6월 28일 물은 인간의 기본권이며 깨끗한 먹는물이 인권 실현에 필수적임을 강조한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미 2002년에도 ‘충분하고 안전하며 접근가능한 먹는물 권리’를 인권의 문제로 강조한 바 있다. 국가는 먹는물에 대한 소비자의 기본권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기업은 이를 절대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먹는물은 공공재이다. 
   
모든 국민의 기본적 필요에 해당하는 먹는물은 공공재이다. 먹는물관리법에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먹는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할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고, 정부는 수돗물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으로 애써 관리한 수돗물은 허드렛물로 쓰고 위생과 안전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생수는 비싼 가격에 사 먹고 있다. 

먹는물에 있어선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다. 

먹는물엔 수돗물과 생수가 있지만, 소비자가 수돗물을 먹는물로 여기지 않은 지 오래다. 최근 동원샘물, 블루, 마이워터 등의 동원에프앤비 생수제품이 수질기준 초과로 회수폐기와 영업정지 1개월 행정처분을 받았고, 작년엔 충청샘물 악취파동이 있었다. 연이은 사건으로 소비자는 생수 안전을 불안해 하면서도 선뜻 수돗물을 먹지 못한다. 오래전 정책실패가 낳았던 수돗물 불신이 먹는물 소비구조를 왜곡하고 소비자의 이중지출과 물 자원 낭비까지 초래한 것이다. 먹는물에 있어서 소비자의 최고의 선택, 합리적 선택이란 불가능한 셈이다.

고비용 관리구조, 왜곡된 소비구조를 바꿔야 한다.

올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8000억원을 넘고 2020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먹는물을 생수나 정수기에 의존해야 하는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은 커질 것이다. 폐기 처리 비용과 생태계오염 비용까지 셈하면 엄청난 사회적 부담이며 고비용구조가 아닐 수 없다. 원수 위생관리, 발암물질 기준초과 검출, 유통과정 중의 오염, 페트병 폐기 문제, 최근엔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 논란까지 생수 소비는 지속가능한 소비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수돗물의 천 배 이상 비싼 생수, 수원지 같아도 브랜드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수돗물 가격과 비교하면 생수 가격은 몇천 배 이상이다. 생수 제품간에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한국샘물협회 자료에 따르면 4월 기준 500㎖ 샘물 가격은 롯데마트 PB제품이 150원, 제주삼다수가 최고 800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같은 수원지의 생수지만 어느 판매원 브랜드를 붙이는가에 따라 가격이 크게 2~3배까지 차이 난다. 같은 제조공장에서 여러 브랜드가 만들어지지만, 시장에 나가서는 전혀 다른 가격으로 팔리는 것이다. 
 
소비자가 신뢰하기 어려운 생수 안전관리체계도 문제점이다.

2015년 국회에서 공개된 ‘5년간 먹는샘물 위반업체 단속현황 분석’에 따르면 수질기준 초과로 인한 회수폐기 대상 중 6.8%만이 회수되었다. 최근에도 악취가 문제 되었던 충청샘물은 회수하는데 한 달 이상 걸렸고, 수질기준 초과한 동원샘물은 초과 사실을 알고도 방치해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생수의 모니터링과 회수체계는 허술하다. 

유통 중에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제조공장에서 야적조건이나 기간에 달라 생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유통 후 제품관리체계도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허가는 환경부가, 수원지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한다. 먹는물의 위생과 안전은 누가 전문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현재는 지자체와 해당 업체의 몫이지만 전문성과 책임성이 의심된다. 물통합 관리가 중요한 만큼 모든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된 먹는물 안전관리체계의 엄격한 전문화와 빈틈없는 체계화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