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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의 민낯 취재] 문재인 대통령 공약 '과일간식' 갈 길 멀다

농식품부, 2022년 초등학교 전 학년 확대...예비타당성 조사 들어갈 것
급식현장 "조리실 공간 협소, 잔반, 일회용 용기 처리 등 문제 많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방과 후 돌봄교실 초등학생들에게 과일 간식을 제공하고 앞으로 5년 안에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이는 국산 과일의 소비 촉진을 위해 공공급식에 과일 간식을 도입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급식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비 지원 계획도 명확하지 않아 지차제 재정 부담이 가중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5월부터 방과 후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전국 초등학생에게 제철 과일 간식이 무상으로 제공한다. 우선 시범사업으로 24만 명에게 주 1회, 연간 30회 제공하고 식습관 개선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공급되는 과일은 친환경, 농산물 우수관리 인증 등을 받은 것으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증 시설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1인당 1회 과일 섭취 권장량인 150g의 조각 과일을 위생적인 용기에 담아 개인별로 제공한다. 

비용은 약 144억원이 소요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씩 부담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내년도 예산에 72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농식품부는 2022년 과일 간식 지원 대상을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문제는 과일간식이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확대될 경우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과일간식을 시행하게 되면 현재 급식 조리에 맞춰져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일간식을 보관할 수 있는 조리실 공간 확보조차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소리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나눠줄 것이며 먹고 난 용기는 누가 어떻게 처리할 건가다. 현장에서는 현재 학교급식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현재 학교급식 인력도 여유가 있는게 아니다"라면서 "조리하는 인력을 기준으로 맞춰서 운영하고 있는데 간식까지 제공되면 시스템을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영양교사는 또 "급식의 기존 메뉴 중에 과일을 추가로 줄 수도 있고 후식으로 줄 수도 있는데 별도로 운영하게 되면 인력과 위생적인 관리적은 면에서 문제가 생긴다"면서 "과일을 보관할 조리실 공간 확보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주는게 문제가 아니고 아이들한테 어떻게 하면 안남기고 잘 먹을 수 있게 하는가 인데 중간에 간식 개념으로 제공하면 아이들이 점심을 남기게 된다"며 "현재 우유급식도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아침에 등교해서 우유를 먹거나 2시간 마치고 먹는다. 아이들이 우유를 먹고 나면 점심을 덜 먹게 된다. 음식물 잔반 등 급식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 역시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 놓고 해야 한다"며 "이것을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고 급식을 담당해온 학교 비정규직 인력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인데 (과일간식 사업)시행하다 중단하면 그 인력을 어떻게 할 것인냐"고 우려했다.

이 영양교사는 또 "현재 조리실이 과일을 보관할 정도로 여유있지 않다"면서 "과일을 제공하는 용기도 문제다. 아이들이 식기를 가져와서 먹는다면 위생적인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일회용 용기를 사용한다면 쓰레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 급식전문가는 "(과일간식 시행에 있어)상당한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 식대도 모자라서 조리종사자 인건비도 못 줘서 난리다"면서 "학교에서는 이걸(과일간식)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일간식은 농식품부가 전담을 하고 교육부로부터 행정적인 지원은 필요하다"면서 "2022년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이 부분은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체 학교로 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 절차들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방향이 확정될 것"이라며 "현재는 HACCP 인증을 받은 과일간식 생산 업체들이 많지 않다. 확대한다는 정책 방향이 설정되면 그 만큼 인프라도 갖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과일 소비만 하자는게 아니고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을 하자는 것이다"라면서 "기존에 급식에 과일을 제공하는것 보다는 간식으로 따로 운영하면서 교육까지 병행이 돼야 한다"고 후식 개념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이어 "돌봄교실에 제공하는 과일간식은 수량이 적어서 기존 조리실 냉장고를 이용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확대될 경우 보관할 냉장시설도 필요할 것이고 앞으로 고려가 돼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