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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계란만 팔아선 어려워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영세상인 고려하지 않아"

'안전한 계란 유통.소비의 길은'..."대형유통업자, 대형농가 배불리는 법"

[푸드투데이=김병주 기자] 대한민국 계란유통인들이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전국민을 떠들석하게 했던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한 여파로 대대적인 계란유통 체계에 개혁이 예고되고 있는 것. 정부는 '식용란선별포장업'신설을 통해 안전한 계란이 유통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계란을 선별.포장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허가 업종으로 신설, ▲의무적으로 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을 작성.운영, ▲성분규격 적합 여부 검사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 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대다수 영세 계란유통인의 생존을 외면한 졸속 행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푸드투데이는 '안전한 계란 유통.소비의 길은' 기획시리즈를 통해 국내 계란 유통 현장의 현주소를 진단한 뒤 합리적인 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푸드투데이 = 김병주기자]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안은 영세 계란농업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악법 중에 악법입니다”


충북 충주시 교현동에서 35년간 계란 도매업을 하고 있는 이양식(62) 우리계란 대표는 지난 28일 푸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개정안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생의 반을 넘도록 해왔던 업을 식약처에서 못하게 막을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며 “유통인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대기업만 배불리는 법으로 이젠 정말 막다른 길로 몰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용란선별포장업' 영업장에서 위생적인 선별·포장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시행되면 식품위생안전기준에 따라 위생관리가 한층 강화돼 식용란선별포장업자만이 계란을 구매, 납품 또는 판매할 수 있다. 

영세 계란유통업자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이번 개정안은 영세 유통인들에게 ‘그만둬라’, ‘죽어라’와 같은 말”이라며 “대형 유통업자, 대형 농가를 배불리기 위한 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계란유통업자 최길우(70) 믿을상회 대표는 “영세 상인들의 입장에선 개정안에서 말하는 규모와 장비 등을 갖추기가 어렵다”면서 “결국 이 나이에 업을 잃으면 폐지나 주우며 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최 대표는 “안 그래도 계란만 팔아선 생활이 어려워 조금한 잡화점이나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정부가 소규모 영세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 계란유통업자 진정화(44) 정화계란 대표도 “개정안이 시행될 시 상인들의 입장에선 냉장시설을 갖추는 것이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냉장시스템으로 가게뿐만 아니라 차량에도 다 운영을 해야 하면 영세 입장에선 당연히 힘든 것”이라고 힘 있게 말했다.

또 “영세 계란 유통인들의 입장을 충분히 숙지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법”이라며 “누구를 위한 법인지 공무원들은 정말 이 법을 알고 통과시킨 건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말 영세 상인들을 위한다면 단 한 번이라도 간담회 등 직접 얼굴을 보고 입장을 듣고 정말 필요한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는 농장에서 생산한 식용란을 전문적으로 선별‧포장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개정, 지난 27일 입법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