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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푸드 르포2]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도 반한 나파밸리 와이너리의 저력

와인에 대한 투자와 애정으로 최고 관광상품 발돋움

[나파밸리=조성윤 기자] 미국은 프랑스와 이태리, 스페인에 이어 세계 4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특히 이 중 약 90%가 캘리포니아산인데 나파밸리는 미국 최고의 와인 생산지다. 유럽의 성을 연상케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레스토랑, 리조트 등으로도 유명하다. 캘리포니아는 특유의 따사로운 햇살과 아침 저녁에는 서늘해지는 큰 일교차, 토양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포도를 재배하기에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나파밸리는 1800년대 중반부터 포도 농장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지난해 사조그룹에 넘겼던 나파밸리의 와인업체를 다시 되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계의 오너들도 탐내는 나파밸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편집자 주>

샌프란시스코의 북쪽 방향으로 1시간 반을 달리면 포도가 익어가는 끝 없이 너른밭이 펼쳐진다. 와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넓고 푸른 포도밭 길을 드라이브하며 옛 캘리포니아의 정취와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이 곳의 면적은 남북으로 약 55km에 이르며 400여개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함께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다.


나파밸리에서 주로 많이 찾는 곳은 욘트빌, 캘리스토 지역으로 유명 와이너리들이 밀집해 있다. 특히, 욘트빌은 미슐랭의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자리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Castello di Amorosa로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야생닭과 돼지가 여유로이 거닐고 이탈리아의 고성을 재현한 와이너리로 유명한 곳이었다. 와이너리 투어는 25달러부터 40달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5잔의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고 구석구석 탐방하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가이드 투어를 선택했다. 와이너리 성의 주인은 중세식 성당에 관심이 많아서 유럽 여러나라를 방문해 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실제로 성을 짓는데 쓰인 돌들은 모두 유럽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가이드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 하나하나에 유럽 중세의 성을 재현해 놓았는데 심지어는 그 시대의 고문실도 재현해 놓았다. 특히, 옛날 성당을 재현해놓은 룸은 화려한 분위기로 투어객을 압도했다.


벽화의 경우 완성하는데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실제로 돌과 벽돌로 지어진 성 전체를 거닐면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투자한 정성이 느껴진다.


포도를 발효숙성하는 탱크옆을 지나자 묵직한 와인내음이 났다. 발효숙성하는 와인은 최대 3년 이상이 걸리는 제품도 있다고 한다. 숙성이 끝난 와인은 한 개당 1000달러에 구입한 참나무통에 익힌다. 참나무통은 프랑스에서 수입하는데 한 통당 4번을 사용하고 폐기처분 한다고 한다.


참나무통을 지나고 고문실을 지나자 가장 기다렸던 테이스팅 시간이 다가왔다. 한 사람당 5잔을 시음할 수 있는데, 가이드의 설명대로 맛을 음미하자 혀 끝과 중간, 그리고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맛과 풍미가 다르게 느껴졌다.


나파에 오면 시음만 하고 와인을 구입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시음을 하자 구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투어를 하면 와인을 꼭 구입하게 만드는 나파밸리의 저력은 무엇일까?


이는 와이너리를 그저 돈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애정과 투자, 그리고 장인정신에서 기인한다.


이희상 회장은 과거 본인이 세운 와이너리인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매달 일주일간 머물며 직접 포도나무를 돌보는 등 정성과 열정을 와이너리에 쏟았다고 한다. 그는 “와인만큼은 대기업의 경제논리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나파밸리의 경영철학과 잘 맞아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