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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푸드 르포①] 자연을 담은 유기농 식재료의 천국

페리플라자의 명소 파머스마켓을 가다

[샌프란시스코 = 조성윤기자] 농업이 발달한 캘리포니아주는 유기농 산업의 발원지다. 스프라우츠 파머스마켓(Sprouts Farmers Marcket),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 등 유명 유기농 유통회사들이 바로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의 파머스마켓과 근교에 위치한 나파밸리(Napa valley)를 방문하면 미식가의 천국이라고 칭송받는 캘리포니아 cuisine이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인정받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유기농, 무농약 농산물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푸드투데이가 캘리포니아의 파머스마켓과 와이너리를 찾아 이 곳을 찾는 소비자들의 생각과 상인의 경영철학을 밀착 쥐재했다. <편집자 주>


소비자와의  교감이 장사의 기본 원칙

“유통과정이라고 말할 게 없습니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족 모두와 직원이 함께 작업하기 때문이죠.”

“대형마트에선 구할 수 없는 신선함을 팔기 때문에 우리의 물건에 자신이 있습니다. 한국의 시장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샌프란시스코 여객터미널인 페리플라자에서 만난 한 상인은 파머스마켓의 유통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당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1992년부터 매주 화, 목, 토요일의 페리플라자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듬뿍 먹고 자란 갖가지 싱싱한 식재료가 즐비한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두 블럭 정도의 거리를 길을 막아 정터를 만들고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까지 열리는데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철 농산물과 유기농 재료로 만든 잼, 향신료 등 여러가지 식재료가 관광객과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파머스마켓을 둘러보면 유기농 오렌지는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키운 것인지, 제철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파스타는 무엇 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고객들과 유기농 식품을 연결해 주는 일종의 매개체인 셈이죠." 10년이 넘게 파머스마켓에서 토마토와 감자를 판매하고 있는 앤드류씨는 마켓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이곳에서 파는 과일과 채소는 모두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농민들이 유기농법으로 생산하고 고기류와 계란도 항생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방목으로 키워 얻은 것들이었다.


또, 점포마다 과일과 치즈의 시식용 샘플을 내놓고 '우리 제품을 이렇게 키웠어요'라는 설명을 달아 소비자의 신임을 얻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모든 농장주가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쪽 분량의 생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친환경 기준을 3년 연속 통과해야 판매자격을 비로소 얻을 수 있다. 특히, 유기농의 경우엔 공인 인증기관으로부터 해마다 감사를 받고 한화로 7~10만원에 해당하는 인증 수수료도 내야 한다.


값은 비싸지만 맛부터 달라

"월마트나 타깃에서 3달러에 팔리는 햄버거용 패티가 파머스마켓에서는 5~6달러에 팔리죠. 그래도 입맛이 까다로운 고소득층 소비자들은 꼭 이곳에서 장을 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마가렛 씨는 아이들을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한 9년 전부터 파머스마켓을 이용하고 있다.


그녀는 "파머스마켓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장기간 판매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마트에 진열된 제품보다 투박하지만 품질과 신선도만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아티초크를 비롯해, 주키니, 브로콜리, 당근, 샐러드용 야채들과 캘리포니아 cuisine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인 허브의 종류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유기농의 개념이 보편화된 미국이지만 이곳에서 파는 과일과 채소는 일반 마켓에서 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인데 일단 맛이 탁월하다.


농장에서 막 수확한 과일과 채소를 유통과정 없이 바로 판매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샘플로 건넨 라즈베릴 하나를 입에 넣고 깨무는 순간 향긋한 향과 목구멍이 살짝 따끔할 정도로 농축된 당분이 스며드는 신선한 맛. 작은 컵에 6달러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안사고는 못 배기는 맛이다.


라즈베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부 로지아씨는 유기농 식품시장의 미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유기농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유기농 식품이 환경과 건강, 지역사회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스턴트 식품이 인기를 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인기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맥도날드에서도 유기농 식품을 팔 수 밖에 없는 날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