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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 칼럼> 우리 몸에 맞는 우리 음식

아메리카 인디언들, 서부 개척시대 영화에서 가끔씩 보기도 했는데 모습이 유사해서 ‘혹 우리의 조상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는데… 그들이 사라졌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만이 오붓이 살 수 있도록 인디안 보호구역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더 이상 생업에 시달리며 굶주리지 않도록 먹거리를 계속 주고 있다니… 진정  미국은 자애로운 나라인가?


그런데 웬걸 그 곳에 새로운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평생 듣지도 못했던 당뇨라는 병이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앓고 있는데, 멕시코에 사는 친척들은 멀쩡하다고 하니, 그 지역에만 돌고 있는 전염병이 맞긴 맞나보다. 


하지만 이 병은 완치가 안 될 뿐 아니라 대대로 이어질 가족병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하다. 설마 미국 정부가 주는 그 고마운(?) 먹거리 때문인가? 기름지고 맛있고 먹어도 질리지 않던데… 참으로 수수께끼이다. 


세상으로부터 관심 밖이었던 인디안 보호구역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당뇨 환자로 심장병, 만성 신부전, 족부궤양 등과 같은 합병증으로 쓰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부족 사회로 연구할 거리가 많다고 한다. 연구해서 무엇을 알아냈나? 그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는 것이다. 북 시베리아로부터 알레스카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기 까지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지게를 지고 짐을 나르고 말을 타면서 사냥과 채집으로 연명을 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척박한 먹거리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 몸에는 에너지를 쉽게 저장할 수 있는 ‘절약 유전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생명을 지켜주었던 그 절약 유전자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공짜 밥이 그냥 공짜가 아닌 것이었다. 놀고 먹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편하게 마음껏 먹었던 밥값을 이렇게 혹독하게 치루어야 하다니!


어쩐지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엉덩이에 몽골반점이 있다는 그들이 겪어 왔던 먹거리 환경의 과거와 현재가 우리와 너무도 흡사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도 당뇨라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걸 아닐까?’하는 사이 한국인의 당뇨 유병률 수치가 14%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30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 7명 중 1명이 당뇨인 셈이다.


서양인들처럼 비만 인구가 적은데 왜 한국인에게 당뇨 쓰나미가 덮친 것일까?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생산되는 인슐린은 음식으로 섭취한 포도당이 신체 에너지원으로 쓰이기 위해 세포로 유입되는 과정을 도와주는 호르몬이다. 당뇨병은 이러한 인슐린의 생산이 부족하거나 기능이 부실해서 생기는 질병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오랜 유전학적 연구 끝에 한국인에게는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 양이 적다는 것이 밝혀졌다.


왜 일까? 수천 년간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한국인은 적게 먹고 사는 데 적응하는 체질이 된 것이다. 그러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칼로리를 과잉 섭취하게 되었고, 이를 부실한 인슐린 생산라인이 감당 하지 못해 당뇨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이겨낸 자리에 당뇨병이 들어올 줄이야! 그래서 먹거리는 그렇게 빨리 바꾸는게 아니다. 조상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하루아침에 팽개치고, 몸에 맞지 않은 서양 음식을 탐하면서 몸이 망가지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대가는 자손 대대로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몸에 맞는 절제된 식습관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하자. 내 안에는 내 할머니의 유전자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