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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정훈 교수 "육계산업, 계열화시스템이 아닌 구조의 문제"

"계열화 사업 부도덕한 갑질 시스템으로 몰고 가면 안돼"
"육계농장 바게닝 파워↓...농가 단위 돌아가면 닭 원가 2~3배 놓아질 것"
"1인 1닭 치킨일상제 문화 바껴야...농가, 품질↑ 소비자, 가치소비 감성 필요"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지금 육계의 가치 사슬에서 재미를 보는 곳은 별로 없다. 그나마 병아리 종자를 공급하는 글로벌 종계기업이 돈을 벌고 있다.", "계열화사업이 없어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닭고기 가격만 상승될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현재 국내 육계산업에 대한 진단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 교수는 "우리 닭 소비 시장이 다양해 지는 것 밖에 없다"고 제시했다.

최근 육계산업은 계열업체와 위탁사육 농가 간 '갑을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도 나서 축산계열화업체의 불공정 행위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문 교수는 일련의 논란에 대해 "공정위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계열화 사업 자체를 부도덕한 갑질 시스템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닌 농가와 도계기업의 세부 계약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반드시 우리 약품만 써야 한다' '반드시 우리 사료만 써야 한다'라는 불공정한 측면이 있는지, 사후 정산에 있어 부당한 관행은 없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계열화사업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닭을 생산하려면 병아리가 있어야 하고 육성 시기별로 다른 포뮬러의 사료가 있어햐 하고 비타민, 미네랄, 항생제 등 약품이 필요하다. 계열화를 하지 않으면 농가들이 직접 구매해야 한다. 종계장에 연락해서 병아리 1000마리 넣어달라하면 넣어주지 않는다. 소규모 농장들은 병아리 조차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넣어 줄것 같으면 마리당 가격을 비싸게 붙여 넣어줄 것이다. 농장 단위로 가면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문 교수는 "계열화 체계에서는 도계 기업이 병아리, 사료, 약품을 일단 무상으로 공급해주고 성체가 된 닭을 가지고 가면 닭 가격에서 병아리 가격, 사료, 약품 가격을 뺀 가격을 사후 산정해 준다"며 "도계 기업이 일괄 구매하고 시장, 판도 개척도 해주니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만 하면 되니 매우 편리하다"면서 이것이 계열화 사업의 가장 큰 강점이자 맹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열화 시스템이 사라지고 도계회사가 분해된다면 또 다른 갑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그는 "도계회사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육계 농장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육계 농장이 닭을 직접 가공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후라이드치킨 업체로 넘겨야 할 것이다. 그러면 갑이 또 거기가 된다"고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의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에 밀리게 된다는 것. 

"당장 대부분의 소규모 농장은 파산하게 된다. 농가 단위로 돌아가게 되면 닭의 원가는 대략 두 배에서 세 배 정도로 뛰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그리 반길 일은 아니다"

육계 농장들의 바게닝 파워. 즉 교섭력이 떨어지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구조가 문제지 도계장이 나쁘다 이렇게 말 할 수는 없는 것이 문 교수의 주장이다.

"국내는 도계기업이 크고 육계 농장은 작다. 육계 농장은 도계장을 마음 대로 선택할 수 없고 도계장은 바게닝 파워가 있으니 싫으면 말아라 베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는 "작은 농가 단위에 혹은 농가 조합들이 마을에서 도계를 할 수 있는 도계장을 정부가 허가를 해주면 자연스럽게 도계기업의 커지 있는 바게닝 파워는 줄어들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또 "계열화 농가도 있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농가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경영체들이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다양한 생태계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소비자들이 닭고기의 품질에 차이를 이해해주고 품질이 좋은 것에 대해 돈을 더 지불하는 소비감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1인 1닭하는 치킨 일상제화 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우는 부위별로 다 다르게 먹고 한우와 수입육은 다르다 생각해 한우에 대해서는 돈을 두배를 내는 까다로운 소비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닭고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영세한 농가들도 자기만의 닭. 특별한 닭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도 바껴야 이 문제가 해결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