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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적색육ㆍ가공육 과다 섭취, 남성에게만 암 발생 위험 높였다 "

적색육 하루 43g 이상 먹는 남성, 43g 미만 섭취 남성보다 전체 암 발생 위험 1.41배

쇠고기ㆍ돼지고기ㆍ양고기 등 붉은 색 고기(적색육)의 과다 섭취가 우리나라 남성의 전체 암 발생 위험을 41%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외국의 유명 학술지에 발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한국 여성의 경우 적색육의 과다 섭취와 암 발생 위험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색육의 과다 섭취와 대장암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5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위경애 임상영양실장팀이 지난 2004년9월∼2008년12월 암 검진 참여자(2만6815명) 가운데 설문조사에 응하고 자신의 3일 식사기록을 제출한 8024명을 대상으로 암 역학(疫學) 연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한국에서 전향적 코호트 연구: 적색육 소비가 전반적인 암 위험 증가와 관련 있음)는 지난해 영국영양저널(BJN)에 소개됐다.

 
위 실장팀은 국가 암 등록사업 자료ㆍ암센터 전자진료기록 등을 검토해 최종 연구 대상자 8024명 중 387명이 2013년9월24일 현재 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암 환자와 암에 걸리지 않은 나머지 사람의 적색육ㆍ나트륨 섭취량, 비만 여부 등을 비교했다.

 
위 실장팀은 전체 연구 대상(8024명)을 하루 적색육 섭취량 43g 이상인 그룹과 43g 미만인 그룹으로 나눴다. 연구 기관 중 하루 적색육 섭취 43g 이상인 그룹(3128명)에선 165명, 43g 미만인 그룹(4896명)에선 222명이 암에 걸렸다.

 
남성(4402명)의 경우 1일 적색육 섭취 43g 이상인 남성의 전체 암 발생률이 43g 미만인 남성보다 41% 높았다.

 
하지만 여성(3622명)에선 하루 적색육 섭취 43g 이상인 여성과 43g 미만인 여성 사이에서 전체 암 발생률의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위 실장은 “1일 적색육 섭취 43g 이상 그룹에 속한 남성의 하루 평균 적색육 섭취량은 85.3g으로, 43g 이상 그룹에 속한 여성의 하루 평균 섭취량(59.5g)보다 훨씬 많은 것이 남녀가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인 원인으로 여겨진다”며 “남성의 잦은 회식ㆍ고기 식탐 등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적색육을 얼마나 많이 섭취했는지, 즉 양(量)이 문제란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0~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g, 적색육은 61.5g이었다. 영국과 호주의 가공육ㆍ적색육 하루 섭취 권장량은 각각 70g, 65∼100g이다.

 
위 실장은 “이번 연구에서 적색육 섭취가 많은 남성은 채소ㆍ과일은 적게 먹고 음주ㆍ흡연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며 “남성이 적색육 과다 섭취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을 낮추려면 담배부터 끊고 채소ㆍ과일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팀은 가공육과 암의 관계도 살폈다. 가공육 섭취가 많은 남성이 적은 남성보다 암 발생 위험이 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실장은 “적색육ㆍ가공육을 과다 섭취하는 남성은 암 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선 나트륨을 매일 4g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위암 발생 위험이 4g 미만 먹는 사람에 비해 2.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신의 체중( )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자는 BMI 25 미만인 사람보다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1.56배 높았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고기와 암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2003년 이후 모두 11편이 발표됐다. 이중 9편은 닭고기ㆍ생선 등을 포함한 모든 고기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적색육을 따로 떼어 연구한 논문은 2편뿐이다. 이중 1편이 위 실장팀의 코호트(cohort, 추적 조사)연구 논문이다. 다른 1편은 올해 4월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이승민 교수팀이 한국임상영양학회의 영문 학술지인 ‘클리니컬 뉴트리션 리서치’(CNR)에 발표된 암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대조한 논문이다. 일반적으론 오랜 시간을 지켜봐야 하는 코호트 연구 결과가 환자ㆍ대조군 연구 결과보다 신뢰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