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농협 가짜 친환경쌀 학교급식에 쓰였나

옥천.황산농협 등 해남 일부 농협 묵은쌀 햅쌀로
학부모단체 "농협에 속았다...법정 소송도 불사"

 

 

푸드투데이 영상취재 김세준 기자

 

전남도 지역 친환경농산물의 부실인증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옥천.황산 농협 등 해남 지역 농협들이 묵은 쌀을 햅쌀.친환경 쌀로 속여 팔아온 것으로 경찰에 적발됐단 사실에 소비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일 수년간 묵은 쌀을 햅쌀과 섞어 햅쌀로 표시한 뒤 대형마트 등을 통해 유통한 혐의(양곡관리법 위반 등)로 해남 옥천농협 조합장 양모(67)씨 등 임원 5명을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옥천농협은 지난 2009년부터 정부 공매 쌀 등 묵은쌀을 햅쌀에 2대8 비율로 섞은 뒤 햅쌀로 표시해 전국 대형마트 등 26개 거래처 160여개 판매소 등에 1만 3400t(시가 178억원 상당)을 팔아 24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성인 1인당 쌀 소비량(69.8㎏)을 기준으로 국내 성인이 이틀 동안, 서울 전체인구가 1주일간 소비할 수 있는 양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양씨 등은 혼합된 쌀을 ‘춘하추동’, ‘이맛쌀’, ‘땅끝햇쌀’, ‘라이스’, ‘첫사랑’, ‘우리쌀골드’, ‘구슬샘’ 등의 브랜드명으로 전국에 유통, 판매됐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전남의 대표쌀인 ‘한눈에 반한 쌀’은 포함되지 않았다.


옥천농협은 전국 최대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을 갖추고 매년 판매하고 남은 재고쌀 500t 이상을 조합장의 지시에 따라 생산 연도를 조작해 햅쌀로 전환해 판매해 왔다. 또 황산농협은 일반 쌀을 친환경 쌀로 둔갑시켜 71t (시가 1억 8000만원 상당)을 유통해 2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농협이 가장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브랜드라는 점과 농협에서 판매한 쌀이면 소비자들이 무조건 신뢰한다는 점을 악용해 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양곡 관리를 농협에 이관시킨 정부가 더 큰 문제라며 믿고 먹을게 없다고 분노하고 있다.


한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햅쌀.친환경 쌀로 둔갑된 쌀이 우리 아이들의 학교급식에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수사 결과 학교급식에 제공됐다면 농협을 상대로 법정 소송도 불사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했다.


실제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교육청에서 실시한 학교급식 친환경쌀 품평회에서 옥천농협의 '땅끝햇살'과 인수영농 RPC '고향참쌀'이 선정돼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광주시 소재 25개 초.중학교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00여톤이 공급되기도 했다.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협 묵은쌀 햅쌀 둔갑에 대해)있어서는 안될일이 일어났다"면서 "농협은 농민들로부터 매입할때는 한푼이라도 덜주고 매입하려고 하고 원료 매입할때는 농민들로부터 등칠려고한다. 판매할때는 소비자들을 등치려고한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번 사건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묵은쌀을 햅쌀로 속이거나 경기미가 아닌데 경기미로 속여 판다던지 일반도정업자들 사이에서도 많이 이런일이 있었다"고 설명하고 "더 심각한건 수입쌀이 국산쌀로 둔갑되서 판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급식 식자재납품업체 관계자는 "친환경쌀은 kg당 2500원인데 반해 묵은쌀은 kg당 1100원도 안한다"면서 "문제의 쌀이 학교급식에 쓰였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전남도 친환경농산물 인증취소 농가는 지난 2010년 2240호, 2011년 9982호, 2012년 4589호, 올해 3675호에 달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