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에 돈이 드는 관행의 시작은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러나 지금은 정치인 스스로가 이 돈의 덫에 걸려 허덕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개혁을 아무리 외쳐 봐야 이런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는 모임에서, ‘우리 단돈 만 원이라도 걷어서 이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있게 도와 주자’라는 이야기가 실천되는 것, 이것이 정치 개혁의 시작이다. 정치 개혁의 핵심은 정치인의 자질을 높이는 데 있다. 국민 만족이라는 패러다임과 ‘사심 없음’의 마인드를 가진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를 해도 부수적으로 생기는 돈이나 이권이 없어야 한다. 다만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한 번 해서 큰 재산을 모았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가 횡행하 |
그렇게 되면 진정한 공익을 위한 봉사 정신을 가진 사람이 당선될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만에 하나 그가 원내로 진입을 하게 되더라도 빛을 발하기가 어려워진다.
제도상으로는 우리 나라의 정당도 경선을 통해 공천을 한다. 정당은 평상시에도 모임을 계속 갖게 마련이고 그런 모임을 통해 지지자들이 규합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앙당에서의 낙하산 공천이 성행하는 것 또한 우리 정당 정치의 현실이다.
하지만 지역 내의 지지도만으로 공천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지역 내 지지도라는 것이 경조사에 부지런히 쫓아다니고 온갖 자질구레한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얻어지는 것이라면(심지어는 그 지역에서 염(殮)을 제일 많이 한 장의사가 추천되어 올라오기도 한다), 이 지지도만으로 사람을 천거한다면 능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사람을 쓰기 힘들어지는 폐단이 생긴다.
현실적으로 행정 전문가, 학자, 법률가 등 역량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이 젊어서부터 정당 활동을 겸하면서 지역 내에서 봉사하고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또, 자기 전문 영역에만 치중하다 보니 한 지역에 오래 거주했다고 하더라도 자기 지역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따라서 알려지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정당의 일상적인 활동이 이런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면서 그에 따른 적절한 활동을 개발하고 조직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역량 있는 인사들을 장기적으로 충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 정치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은 기업 경영과 자치 행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자질과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사람이라면 다른 기업이나 다른 지역 출신의 사람이라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
시장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데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타 지역 사람 중에서도 그 지역의 당면 과제를 가장 잘 해결해 낼 인물이 있다면 데리고 와야 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사외 이사 회의에서 자기 회사의 비즈니스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물색하여 데려오는 과정을 밟는다.
그 회사에 오래 있었고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안다고 비즈니스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의 문제를 해결할 고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우리의 대표를 뽑는데도 고객의 만족을 생각하는 패러다임과 ‘사심 없음’의 마인드가 어우러진 사람이면 우리지역에 오래 살았는지 여부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